국내 굴지 시멘트社 한일시멘트, ‘불공정거래’ 벌였나…법적분쟁 예고

국내 시멘트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업력을 가진 중견기업 ‘한일시멘트’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기업결합 과정에서 불공정거래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 상호 법적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16일 여주시와 한일시멘트㈜, ㈜SPM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월께 여주 삼교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시멘트 전문기업 SPM(이하 SP)은 2016년 7월 한일시멘트와 ‘자산 매매예약계약서(매매대금 430억 원)’를 체결, 2019년 9월에 토지ㆍ건물ㆍ기계장치 등 SP 여주공장 자산을 양도하기로 약속했다.

계약 당시 한일시멘트는 ‘드라이 몰탈(즉석 시멘트)’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던 상황이었는데 경쟁업체가 업계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생산규모 4위 수준(연 120t)이던 SP와 합쳐 수도권 남동부 및 강원권을 공략하려던 계획이었다.

이때 양 측은 자산 매매예약계약서와 함께 별도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속칭 ‘경업금지 합의서’로 불리는 이 합의서에는 ▲몰탈에 대한 일체의 생산(OEM 포함), 제조 및 영업활동(광고행위 포함) 금지 ▲몰탈, 모르타르, mortar 또는 이와 유사한 문구가 들어간 상호 사용 금지 ▲25년간 경업금지 및 상호사용 금지 등 내용이 담겨 있다.

SP 측은 이 합의서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행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SP는 2018년 3월 한일시멘트를 대상으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시정과 보상을 요구했고, 양 측은 재합의에 나섰다.

그 결과 SP는 ‘OEM 계약 체결을 통한 타일떠붙임용 몰탈을 매월 50만 포 납품포장’하는 조건으로 ‘매매예약 자산에 대한 소유권 조기 이전’에 한일시멘트와 정식 합의했다. 이후 여주 삼교산단 내 산업용지 및 공장(건축물) 처분신청을 내고 여주공장을 2018년 4월 한일시멘트에 양도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현행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처분절차가 이뤄졌으며 양도ㆍ양수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SP는 재합의에서 이뤄진 납품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 재차 여주공장 매각에 따른 보상 요구에 나서며 지난달 중순 한일시멘트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SP 관계자는 “약속한 납품 물량이 처음 3개월만 지켜지고 이후로는 미달했다. 여러 차례 부도위기에 처해 한일시멘트에 누차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끝내 외면당했다”며 “특히 한일시멘트가 강제한 경업 제한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위법 신고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시멘트가 몰탈 분야에선 독과점하는 업체인데 공정위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난 것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일시멘트 측은 “거래 적법성 담보를 위해 철저한 법률 검토 및 주무관청(여주시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으며 어떠한 불법이나 편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OEM 계약 체결 당시 SP 측에서 매입물량을 담보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건설 경기에 영향을 받는 시황변동성을 감안할 때 일정 물량 담보는 불가함을 설명했다”며 “SP 측도 수용해 정식 합의된 사항이며 이후 계약 내용을 불이행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결합과 관련한 자산 양수도 계약에서 경업금지 약정을 두는 것은 매우 통상적인 행위로, 경업금지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단순 자산에 불과한 토지 및 설비를 양수하면서 프리미엄까지 지급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와 관련 당사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단호하게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류진동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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