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연극 '자존심' 잠시 내려놓고, 관객 만난 경기도립극단 <브라보, 엄사장>

▲ '브라보 엄사장' 리허설
▲ '브라보 엄사장' 리허설

연극의 구성요소가 깨졌다 해서 극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관객과의 만남을 우선한 배우들의 의지가 카메라 너머로 전달돼 오히려 더 극적인 ‘블랙코미디’였다.

12일 오후 4시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는 경기도립극단의 <브라보, 엄사장>(박근형 작ㆍ연출)이 무대에 올랐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준비한 레퍼토리 시즌제의 첫 문을 열어젖히는 무대다. 그 화려한 서막에 객석은 텅 비었다. 관객은 안방, 사무실, 카페 등 곳곳에 있었다. 공연이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 경기도청 공식 유튜브 채널, 네이버 TV(꺅!티비)로 생중계 돼 누구나 어디서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모든 공연일정이 잠정 취소되거나 미뤄지면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자구안으로 찾은 ‘무관객 생중계’ 공연이다.

관객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배우와 무대를 바라보는 만큼 정비할 것도 많았다. 지미집 등 6대의 카메라와 모니터, 방송송출 프로그램 등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비가 소극장에 들어섰다. 연극 무대 조명도 카메라에 맞게 다시 조정됐다.

아쉬운 점이 많을 거란 생각은 기우였다. 시청자 수는 공연이 진행되는 85분 동안 350여 명을 유지했고, 실시간 채팅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너무 심심했는데 볼거리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 덕분에 안방 1열 입니다” 등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했다.

▲ '브라보 엄사장' 라이브 스트리밍 세팅 중
▲ '브라보 엄사장' 라이브 스트리밍 세팅 중

배우들은 현장감을 살리려 더욱 생동감 있게 연기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가지고 노는 배우들의 연기는 카메라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카메라를 통해 관객을 마주하는 만큼 동선과 시선, 표정 등 배우들이 세밀하게 신경 쓴 노력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관객과의 호흡이 생명인 연극의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관객과의 만남을 우선한 경기도립극단 배우들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의 결단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경기도립극단 관계자는 “연극배우가 영상으로 관객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생소하고 큰 부담”이라며 “하지만, 준비해 온 무대를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어려운 시기에 도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예술로 더 다가가자는 취지에 배우와 스텝들이 기꺼이 수긍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극만이 선사하는 무대 위 전반적인 상황들과 생동감까지 카메라가 다 담아 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경기도립극단의 무관객 생중계는 다채널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연극이 살아숨쉬는 이유를 증명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이번 <브라보, 엄사장>을 시작으로 무관객 생중계로 공연을 선보이는 ‘예술로 다가가기’ 프로그램을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박범수 경기도문화의전당 대외협력실장은 “극단 공연을 시작으로 경기필하모닉, 경기팝스앙상블, 도립국악단, 도립무용단 공연까지 예술감독과 단원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출연을 결심했다”며 “공연장을 찾지 못한 관객들을 위로 하고 잠시나마 즐거움을 드리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브라보, 엄사장' 리허설에서 카메라가 무대 위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 '브라보, 엄사장' 리허설에서 카메라가 무대 위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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