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6월 이상화 시인이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일제에게 빼앗긴 국토를 바라보며 한과 저항의식을 담아냈다. 우리를 착취하는 대상은 달라졌지만 2020년 대한민국의 봄도 코로나19 사태에게 빼앗긴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사태 장기화로 올해 봄도 예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봄을 소재로 한 전시 <봄ㆍ꽃ㆍ피다>가 예술공간 봄에서 오는 22일까지 열려 도민들에게 소소한 위로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박세희 작가 개인전으로 그림은 예술가가 감상하는 대상을 통해 일상을 기록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열린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분위기가 급변했지만 여전히 벚꽃은 피고 있으며 호수와 강가의 자연 풍경도 따스한 햇살을 머금었다.
박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주 소재는 수채화로 표현한 목련꽃이다. 이를 방증하듯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인 ‘기다림’ 시리즈는 기와집 지붕 위 목련꽃을 통해 봄의 따뜻한 분위기와 포근함을 선사한다. ‘봄의 기억’ 시리즈도 장독대, 항아리 등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정감가는 소재를 활용해 목련꽃과의 조화를 적절히 이뤄냈다.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건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사람들을 향한 위로와 자연 예찬이다. 정체된 순간에서 무기력해질 때 자연에서 얻는 치유의 힘은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예로 꽃들의 생동감과 그 안에서 엿볼 수 있는 탐스러운 생명력, 커다란 꽃송이 등은 우리 삶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술공간 봄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열흘 남짓한 짧은 생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개화를 준비하는 목련의 모습과 일치하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라며 “그 안에 담긴 위로, 자연 예찬 등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도민들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메시지를 얻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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