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막힌채 성추행 신고한 여성 택시기사에… 경찰 “말 하라” 독촉

112상황실 대응 허점

여성 택시기사의 폭행·성추행 신고에 대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여성 택시기사는 남성 승객에게 입이 막힌 상태에서도 간신히 위치까지 설명했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은 “말을 하라”는 요청만 했다.

28일 인천청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6시29분께 인천시 서구 청라동의 한 도로에서 여성 택시기사 A씨(59)가 승객 B씨(57)에게 폭행·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했다.

신고 당시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뒷좌석에 탄 B씨는 갑자기 운전석쪽으로 다가와 A씨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하기 시작한다.

놀란 B씨는 차를 세우고 112에 전화를 건다. A씨는 “전 택시기사입니다”라고 신분을 밝힌 후 현재 위치와 상황을 설명한다. 이후 B씨가 A씨의 입을 틀어막았고, B씨의 “XXX 같다”는 욕설만 들릴 뿐 A씨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 사이 경찰은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하셔야죠”라며 A씨에게 질문을 반복했고, 힘겹게 B씨를 뿌리친 A씨는 “말을 못한다고”라며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 같은 경찰의 대응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B씨가 이미 상황이나 장소를 설명했고, 욕설을 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상황이라면 질문 대신 신속한 출동과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데 경찰력을 동원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준섭 인천지방경찰청장이 취임때 부터 “‘설마’가 아닌 ‘만약’의 마음으로 불안요소를 세세히 살피고 제거해야 한다”며 112 상황실 총력대응을 강조했던 것도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인천청 관계자는 “상황에 맞춰 긴박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공감능력이 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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