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8일 홍콩 대학생·교수 등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발표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 후보자를 사전 심사, 채택하는 방식의 ‘2017 홍콩행정장관 선거계획’에 항거다. 이후 시위는 대중적 공감대를 얻으며 일반인뿐 아니라 중·고등학생까지 합류해 홍콩사회 전방위로 확산했다. 시위 규모가 커지자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최루액·살수차 등을 이용해 강제 진압에 나섰고 시민들은 우산을 펼쳐 최루액을 막아냈다. 우산은 저항의 상징이 됐고 ‘우산 운동(혁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큰 정치적인 운동으로 기록됐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이 민주화에 눈 뜬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일국양제 아래 홍콩 민주화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를 거둔 미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홍콩 시위지지는 홍콩 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64개 도시로 이어졌다. 신계(新界)에 있는 중문대학 준교수이자 우산혁명에서 활약한 정치학자 저우바오쑹씨(周保松)는 “우산혁명은 홍콩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민주화 저항운동으로 젊은이들 전체가 정치에 눈을 떴다는 큰 의의를 갖는다”며 “우산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누구든 출마할 수 있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주말인 토요일 오후 강남역 일대와 교대 대검찰청 맞은편에 온통 검은색 일색인 20~30대 젊은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국민주권회복운동대집회에 참여하며 검정 옷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손에는 검은색 우산을 들었다. 이른바 ‘블랙시위’. 이들에게 검은색의 의미는 4ㆍ15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것을 뜻한다.
젊은 층이 주도하는 ‘블랙시위’의 부정선거 규탄집회는 서울을 시발점으로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전선거 박스함이 뜯어져 있고 지역구가 다른 투표지가 발견됐다”, “사전투표에서 선거인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이 나온 곳이 37곳에 달하고 투표지 분류기에 송ㆍ수신 기능이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상 지정된 바코드가 아니라 굳이 불법적으로 QR코드를 사용한 점도 불법부정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연회를 했지만, 불법선거로 규정한 이들에게 의혹이 완전히 가시진 않는다. 해법은 간단하다. 사전ㆍ선거일투표함을 수(手)작업으로 재검표하면 된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는 보수ㆍ진보의 진영 싸움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왜곡한다면 그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김창학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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