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적용에도…어린이보호구역 사고 부르는 불법 주차 여전

인천지역 어린이보호구역을 점령한 불법 주차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0일 오후3시께 인천 서구 당하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차 차량을 피해 운전하던 회색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이 뒤늦게 길을 건너는 초등학생을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이와 부딪히기 전 아슬아슬하게 멈춰 사고는 피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차량이 길 건너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건 어린이보호구역 양 옆으로 주차한 불법주차 차량 때문이다.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으로 시야 확보가 늦어지면서 나오는 아이를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곳은 불과 2주 전에도 길을 건너는 아이와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가 난 곳이다. 지난 10일 오후6시55분께 자전거를 탄 채 어머니와 길을 건너던 A군(3)이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았다.

6살 아이를 둔 황선영씨(35)는 “어린이집 주변에 늘 불법주차 차량이 빼곡히 서 있곤 한다”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전혀 안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역 어린이보호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오후 2시께 남동구 약산초등학교와 부평구 동암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도 불법 주차 차량이 길을 점령하면서 등·하교하는 학생과 차량이 뒤엉켰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운전자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3월25일부터 6월30일까지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는 7건에 달한다. 지난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난 어린이 사고가 총 34건인 것을 감안하면 법 강화 후에도 큰 차이가 없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불법 주차를 꼽는다. 도로 가장자리를 차지하는 불법 주차 차량들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면서 몸집이 작은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차를 뿌리뽑기 위해 불법 주차 신고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를 어린이보호구역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오는 8월 3일까지 계도 중이다.

불법 주차 단속을 맡은 기초자치단체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구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단속체계를 꾸리기에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속 구간에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하거나 등하교 시간에 집중 단속하는 등 기존 단속체계를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