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직은 사회의 본(本)이어야 하거늘

A 교장이 ‘견책’ 징계를 받았다. 교사들에 대한 비인격적 언행이 문제였다. 교육청이 조사한 구체적 사례가 있다. “내가 지나가는 아줌마 정도 돼 보여요?” 이게 다였다면 넘어갈 수도 있다. 인사위원회가 정식으로 결정한 표창 명단이 있었다. 이걸 다시 뽑으라고 지시했다. 주위에서 안된다고 하자 여기서도 부적절한 질책이 있었다. “왜 교장 명령에 불복하냐.” B 교감도 ‘경고’를 받았다. 교사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했고, 강제로 전보 내신서 작성을 요구했다. C 교장은 경력이 낮은 교사에게 연수 참여를 계속 강요하거나 사적인 업무지시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 교장, B 교감, C 교장의 징계 사유를 종합하면 직장 내 갑질이다. ‘교장은 교사 위에 군림한다’는 권위주의이고, ‘교장이 지시하면 불법이라도 하라’는 월권 의식이다.

사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자. ‘아줌마’ 표현은 그 자체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일이다. 공직자라면 옷 벗을 일이고, 정치인이라면 퇴출될 일이다. 과거 ‘노인들은 투표장에 안 나오셔도 된다’는 말을 했던 정치인이 있다. 당해 선거에서 대표직을 떠나야 했다. 이후에도 두고두고 정치적 발목을 잡았다.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로 한순간에 몰락하는 각계 유력 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게 지금의 사회다.

다른 곳도 아닌 ‘선생님 사회’다. 미래 주인공들을 내보내는 산실(産室)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본(本)을 보여야 한다. 권위주의, 특권의식 등 갑질이 특히 경계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경기도교육청의 교육계 갑질 민원 현황을 본보가 입수했다. 2019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의 통계가 있다. 비인격적 대우ㆍ모욕이 30건, 업무 불이익 주기가 11건, 법령 위반 등 기타가 56건이다. 결코,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실상이다.

자율적 개혁이 가장 소망스럽다. 안 될 때는 타율이 개입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곳이 경기도교육청이다. 마침 조직문화 개선 및 갑질 근절 TF 구성 등의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갑질 발생을 근원적으로 막을 가이드라인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옳은 방향 선택이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현장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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