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 행보 배경 관심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과의 연대 여부가 주목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침묵을 지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낙연 대세론’ 속 ‘이재명-김부겸 연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 지사가 특정 인물과 관련한 지지 발언을 자제, ‘이재명 변수’가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16일 이재명 지사에 대한 ‘정치적 족쇄’가 풀리면서 민주당 당권 구도가 이재명 변수에 출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더욱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 대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가 1, 2위를 달리는 것과 관련, 이 지사가 김부겸 전 의원을 물밑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지사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육성방안 토론회’ 직후 ‘3파전으로 진행되는 전대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저도 당원이니까 그냥 그때 가서 한 표를 행사하겠다. 우리 당과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분을 고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 지난달 27일과 30일 경기도청에서 김부겸 전 의원, 이낙연 의원을 각각 만난 이 지사는 이번에도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 의사표현은 자제하면서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특정 전대 후보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자체가 이 지사의 대권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이 의원과 이 지사가 대권 양강 구도를 형성한 상황적 배경이 이 지사의 침묵 이유로 꼽힌다. 이 지사가 김 전 의원을 돕는 게 ‘이낙연 견제’ 및 ‘작은 정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문(친문재인) 당원 상당수가 이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김 전 의원을 지지할 경우 친문 당원들의 반감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지사가 정치적 회생 후 친문 진영에 화해의 신호를 보내는 상황에서 굳이 ‘적’을 만들 이유가 없다.
반면 이 지사가 이 의원을 도울 경우 잠재적 경쟁자를 돕는 ‘통 큰 정치인’으로 비칠 수는 있지만 실익은 없다. 이에 따라 지난 21대 총선 때 이 의원이 후원회장을 맡아 도움을 준 김병욱 의원(성남 분당을)을 제외한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집단행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의원(양주)은 3일 전화 통화에서 “이 지사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이 지사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대와 관련해서 오해받지 않도록 하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의 고위 관계자는 “이 지사가 특정 인물을 지지할 경우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중립을 지키면서 도정에 집중하는 게 이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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