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때마다 무너지는 저수지, 노후화에 관리 부실 문제까지

경기지역 저수지 4곳 중 3곳이 노후 저수지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시군에서 관리하는 저수지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5일 경기도와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도내 저수지 337곳 중 94곳은 한국농어촌공사, 나머지 243곳은 각 시군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또 50년 이상 된 노후 저수지는 246곳(73%)으로, 이 중 187곳이 시군 관할이다.

노후 저수지는 붕괴에 취약한 탓에 폭우 때마다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집중호우로 무너진 이천 산양저수지와 안성 북좌저수지 역시 모두 50년 이상 된 노후 저수지였다. 각각 1966년, 194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노후 저수지 대부분이 시군 관할에 속해 있는데, 시군에서 관리ㆍ점검하는 수준이 한국농어촌공사에 비해 현격히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올해 기준 64개 지구(저수지 및 주변 시설)의 보수 작업에 투입한 예산은 539억원에 달한다. 지구당 약 8억4천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또 공사는 분기별 정기 점검과 더불어 우천 시 긴급 점검에 나서는 등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으로 저수지를 관리한다.

반면 일선 지자체의 저수지 점검 수준은 열악하다. 대다수 저수지가 수위 자동측정장비, 수위 감시용 CCTV 등을 갖추지 않은 탓에 공무원, 마을 이장 등이 육안으로 수위를 관측하는 실정이다.

지난 2일 붕괴돼 피해 규모를 키운 이천 산양저수지 역시 수위 감시용 CCTV 등 시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산양저수지 제방은 2일 오전 7시30분께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천시가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보낸 시간은 30분가량 지난 오전 7시59분이었다. 이미 모든 주민이 대피한 뒤였다.

해당 저수지는 지난달 17일 마지막 점검을 받았다. 당시 이천시는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해 B등급을 매겼고, 재해위험저수지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3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폭우가 내리자 가장 먼저 무너져 일선 지자체의 점검 자체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같은 노후 저수지 관리 부실 문제가 대두되자, 경기도는 농업용 저수지 유지관리비의 국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아울러 도는 이날부터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및 각 시군과 함께 도내 시군 관리 저수지 243곳을 대상으로 집중호우 피해 대비 긴급점검에 나섰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해가 발생한 저수지는 50년 이상 노후한 탓에 현행 저수지 시설물 설계기준에 적합하지 않고, 수위 조절 등 재해기능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라며 “안전등급 D등급 이하 저수지는 국비 50%가 지원되고 있으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해 70% 수준까지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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