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에 그야말로 물 폭탄이 쏟아졌다. 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통보 없이 개방한 가운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까지 겹치면서 경기도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6일 경기도와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경기도에는 평균 99㎜의 세찬 비가 쏟아졌다. 지난 1일부터 누적 강수량은 평균 370.1㎜로 가장 많은 곳은 709.5㎜의 비가 쏟아진 연천이다. 가평은 586.0㎜, 여주 494.5㎜, 포천 482.0㎜ 등 나머지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이처럼 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이날 경기 지역에선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오전 1시30분께에는 파주시 군내면 수내2지구에서 수내천 제방이 붕괴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인근 전진농장 농경지 60㏊가 침수됐고, 해마루촌ㆍ통일촌 등 민통선 내 마을 50가구가 단수사태를 겪었다. 또 오전 6시37분에는 파주시 파평면에서 시내버스 1대가 침수, 승객 5명이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전원 구조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양감면 전원주택에선 단지 앞 경사면이 붕괴돼 주민 1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이날 오후 1시께에는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앞에서 강원 춘천 의왕댐에서 선박 전복사고로 실종된 근로자 A씨(69)의 시신이 발견됐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30분께에는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수초 섬 고정작업 중이던 경찰정이 침몰하자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행정선(환경감시선) 등이 구조에 나섰다가 3척 모두 전복돼 7명이 실종됐었다.
잇단 침수피해로 파주ㆍ연천에서만 수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20년 전 ‘홍수의 악몽’을 기억하는 파주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마련된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날 문산초에서 만난 H씨(74)는 “문산읍은 20여년 전인 90년대에 두 번이나 큰 홍수를 겪었다. 경험해봤기에 그 무서움을 더 잘 안다”며 “놀란 마음에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H씨는 저지대에 거주하는 파주 주민으로 전날 한강홍수통제소가 내린 홍수경보에 따라 파주시의 지침을 받고 문산초에서 임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연천군은 긴급대피령 해제 조치를 했지만, 파주시의 경우 비룡대교 수위가 높아 아직 해제에 대한 검토조차 논의되지 않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이 외에도 폭우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깊었다. 파주시 임진강 하류 비룡대교는 다리 바로 아래까지 흙탕물이 차올랐고, 인근 도로에는 나뭇가지와 고인 물, 그 위에 뜬 부유물로 가득했다. 낚시로 인기몰이한 인근 산책로도 물에 잠겼고, 편의점을 비롯한 일부 식당은 문을 열고도 장사를 하지 못하는 등 패닉에 빠졌다.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물에 잠기기도 한 파평면 율곡리는 말 그대로 물바다였다.
특히 수내천 제방 붕괴로 농경지를 잃은 민통선 주민들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박경호 파주 통일촌 청년회장은 “사실상 마을이 고립된 상황”이라며 “통일촌은 문산에서 전기와 수도 등을 지원받고 있기에 문산마저 침수되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문산까지 침수되지 않기를 밤새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요섭ㆍ김해령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