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의 더 클래식] 음악만을 사랑한 방랑자 ‘슈베르트’
[정승용의 더 클래식] 음악만을 사랑한 방랑자 ‘슈베르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타 하나 달랑 메고 정처 없는 떠돌이 음악가로 서른한 해를 살다가 훌쩍 세상을 떠난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그가 떠난 빈자리는 수백 곡의 아름다운 가곡이 되어 사람들의 가슴을 채우고 있다.

슈베르트의 친구였던 슈파운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의 작곡 과정을 아래와 같이 회고했다.

“1815년 어는 날 우리는 슈베르트를 만나러 갔다. 그 무렵 슈베르트는 마치 들뜬 사람처럼 괴테의 시를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시를 읽었고 펜을 든 채 잠시 서성거리다가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기막힌 노래 한 곡을 만들었다. 바로 그날 밤, 그 곡은 연주되었고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제 겨우 18세의 슈베르트는 단숨에 걸작 하나를 만들어 냈고 이 <마왕>은 그 후 600여 곡이 넘는 가곡을 남길 슈베르트의 작품 중 당당히 작품번호 1번을 달게 됐다.

필자는 슈베르트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며 그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는 음악만을 사랑한 방랑자였다고. ‘가곡의 왕’ 슈베르트. 그는 작곡을 시작한 13세부터 생을 끝낸 31세까지의 짧은 기간에 650여 곡의 가곡을 비롯해 교향곡, 실내악 소나타 등 무려 1천여 곡의 작품을 남겼다. 이는 웬만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음악 천재만이 이룩할 수 있는 결과임이 분명하다. 탁월한 화성 감각과 모차르트에 견줄만한 선율 창조의 재능을 슈베르트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슈베르트는 1797년 1월31일 오스트리아 빈의 엄격한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변두리 초등학교 교장이던 그의 아버지는 가난했지만 음악을 좋아했고 그래서 슈베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었다.

남다른 음악성을 가졌던 슈베르트는 여덟 살 무렵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에게서 다양한 음악 기초를 배우고 열한 살 때는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인정받아 빈 궁정 예배당의 소년 합창단원이 된다. 그리고 열세 살 무렵부터 작곡을 시작해 5년 동안 무려 140곡의 가곡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곤궁한 가정은 안타깝게도 그에게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 주지 못했다.

생계수단으로 아버지의 학교에서 임시교사로 3년간 일했던 슈베르트는 끝내 그 생활을 버리고 음악을 위한 삶을 꿈꾸며 방황을 시작한다. 그는 밤마다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더불어 거리를 쏘다녔다. 기타 하나만 어깨에 달랑 메고는 어젯밤은 이 친구네, 오늘 밤은 저 친구네, 내일 밤은 또 다른 친구의 집으로 향하며 정처 없는 나날을 보낸다. 비로소 제대로 된 ‘떠돌이 음악가’가 된 것이다. 마치 그가 남긴 역작, 연가곡 <겨울 나그네>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정승용 작곡가ㆍ지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