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어린이집 사건 1년 후… “어느 세월에 성교육 담당교사 확충하나”

“성교육은 중ㆍ고등학생 때 배운 게 전부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나요?”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생한 성남 어린이집 사건을 계기로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하도록 했으나 현장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12일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영유아 발달적 특성을 고려한 성행동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성폭행ㆍ성폭력이란 단어 대신 중립적인 단어를 쓰고 영유아의 성행동문제 수준을 ‘일상’, ‘우려’, ‘위험’ 3단계로 구분해 대응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토록 했다. 이 담당교사는 영유아의 성행동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하며 상시적인 지도와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하는 방식에서부터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현재로선 전문 인력 충원 등의 지원책이 없어 각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이 재직 교사 중에서 성교육 인력을 지정해야 하는데 이들 역시 성교육 전문가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하라는 안내를 받은 수원시 영통구의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새로운 선생님을 뽑을 여건이 안돼 문의했더니 현재 재직 중인 사람 중에서 고르라고 했다”면서 “이들은 보육 전문가지 성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성교육을 어떻게 당장 가르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결국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을 따로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전국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성교육 연수를 위한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육아종합지원센터 측은 “아동학대예방교육 등에 성교육 내용을 포함한 데 이어 11월부터 경기도 내 모든 어린이집 성교육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연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보육 교직원과 성교육 전문요원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보육 현장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성교육 담당교사 지정 문제로 혼란이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8월 성교육 관련 범부처 대책이 마련됐지만 담당 교사의 업무 과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지자체, 지역 교육청 및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을 활용해 영유아 성행동 관련 대책이 차질없이 수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여러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6살 남아가 또래 여아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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