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된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계속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뿐만아니라 전세매물을 찾기 힘들어 각가지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가양동 아파트에서 10팀이 줄을 서서 집을 둘러본 후 다섯 팀이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는가 하면, 기존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는 대가로 위로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보도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례는 부동산 시장의 파행적 실태를 대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주도한 홍 부총리는 현재 전세를 든 서울 마포구 아파트는 주인 자신이 살겠다고 하여 비워줘야 할 형편이다. 또한 1가구 2주택자 논란을 피하려고 지난 8월 매매계약을 한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 매각은 세입자가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함으로 전세난민이 될 지경에 놓여있다.
홍 부총리가 이런 상황에 직면할 정도라면 일반서민의 경우 전세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은 물론 과천·광명·성남·안양 등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매물을 찾기 힘들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예로 광명역 인근 소형아파트 전셋값이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매달 1억원씩 올라 7월 초 3억5천100만원에서 최근 6억4천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세대란에 대한 대책은 무사안일(無事安逸)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홍 부총리는 “제도가 정착되면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또한 지난 16일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역시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이 최근 전세값 급등에 대해 정부의 대책을 질문하자, 이에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많은 점 송구스럽다”고 사과는 했지만, 특별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전세대란이 일어나는 주요 요인은 부동산 시장을 외면한 채 규제로만 주택가격을 잡으려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무려 23회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집값만 상승시키고 결국 전세대란까지 발생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부동산 시장 기능을 되살리고, 또한 기존 규제정책을 전면 수술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
내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주택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될 수 있는 바, 경기도 역시 지방정부 차원에서 전세대란에 대한 심각성을 낱낱이 국회에 보고하여 중앙정부로 하여금 새로운 대책을 강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전세대란에 무대책이 결코 상책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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