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감 첫째 날 평가는 어땠나. 소문만 요란했던 ‘맹물 국감’이다. ‘맹탕 국감’이라는 표현까지는 쓰지 않겠다. 대권 후보-이재명 지사- 총 공세라는 예상이 있었다. 야권 공격수 전면 배치라는 얘기도 있었다. 결과는 ‘그렇고 그런’ 국감이다. 특례시, 남북 분도, 지역 화폐 등의 질문이 나왔다. 뻔한 질문이다. ‘특별한 계급 반대’ ‘북부 열악 반대’ ‘소상공인 도움’ 등의 답변이 나왔다. 뻔한 답변이다. 경기도민은 줄줄 욀 정도의 얘기다.
이런 판단엔 어폐가 있을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하면 ‘맹물 국감’이냐고 되물을 수 있다. 사실, 국감장을 폭로와 충돌의 현장으로 인식하는 선입견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경기도 국감에 ‘맹물’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는 이번 국감 이전부터 ‘2020 국감 생략’을 강력히 주문했다-9월 17일자 사설 ‘국정감사 자료요청 하지 마라, 올해는’-. 코로나19로 초죽음 된 공무원을 조금이라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은 어땠나. 배려된 구석이 없다. 요구된 자료는 예년보다 많았다. 국감장 출석 공무원도 그대로다. 도정의 핵심 부서는 여전히 비상 대기했다. 눈에 띄는 배려는 투명 칸막이, 마스크, 출입 기자 제한 정도다. 이래 놓고 막상 국감은 내용 없는 문답에 그쳤다. 논란이 클 거라던 옵티머스 의혹도 그랬다. 대단한 유착이라도 있는 양 떠들었었다. “편의 제공하려면, 애초 광주시 의견 묻지도 않았어야”라는 이 지사 답변에 꼬리를 내렸다.
때마침 이 지사의 국감 거부 주장이 있었다. 국감 당일 SNS에 띄운 글이다.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권한이 없다”며 ‘국감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울 것 없다. 많이 나온 얘기다. 공무원노조는 10년째 이걸 두고 싸운다. 그만큼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하필 이런 주장을 국감 당일에 한 것은 잘못이다. 국민의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정리하고 갈 필요가 생겼다. 지자체에 대한 국감은 바꿔야 한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규정해선 안 된다. 국가 예산 안 들어가는 나라 조직이 어디 있나. 보다 엄격하고 분명하게 구획해 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올해와 같은 사상 초유의 재난이 있는 경우 국감을 기피 또는 회피할 수 있는 절차적 규범도 마련해야 한다. 어디는 코로나가 바쁘니 빼주고 어디는 대통령 후보가 있으니 한다면 그게 말이 되는가.
오늘(20일)도 경기도 국감은 있다. 국토교통위 국감인데, 큰 기대는 없다. 또 뻔한 질문과 뻔한 답변이 오갈 것 같다. 국감에 앞서 또 ‘자료를 줬느니 안 줬느니’ 신경전을 펼 것 같다. 국감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이 지사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 사무의 구획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만은 강조하고 갈까 한다. 아울러 코로나에 투입될 공무원들 붙잡아 놓고 한 올해 경기도 국감은 낙제였다는 평을 매기고 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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