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법원의 부적절한 호화가구 구매...재판은 아니지만 신뢰 잃을 수 있다

우선 지나치게 호화로운 가구 수준이 거슬린다. 수원고법은 원장 혼자 쓰는 사무실에 5천290만원어치 가구를 들여놨다. 사무국장실 가구도 3천57만2천원어치다. 수석부장판사실에도 4천66만7천원 상당의 가구를 비치했다. 같은 건물을 쓰는 수원지법 가구도 호화롭기는 마찬가지다. 법원장실 5천290만원, 수석부장판사실 4천66만7천원어치다. 수원가정법원도 법원장실과 사무국장실에 4천856만8천원어치 가구를 들여놨다.

수원고법원장과 수원지법원장은 차관급이다. 문화체육관공부 장관실 가구는 2천400여만원, 차관실은 1천460여만원 상당이다. 수원고법ㆍ지법원장실 집기류가 장관실의 2배, 차관실의 3배다. 사무실 집기류 가격을 두고 직급을 논하는 건 비현실적인 지적일 수 있다. 수원고법ㆍ지법이 지난해 개원해 가구 구입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논란거리가 있으니 문제다. 구매 과정의 부적절성이다.

앞서의 모든 가구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 수원고법ㆍ지법, 가정법원을 다 합치면 3억원이다. 여기에 쪼개기 편법이 동원됐다고 한다.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적한 실상은 이랬다. 가구를 개별적으로 나눠 계약했다. 당연히 계약별 금액이 낮아졌고 수의계약 요건이 맞춰졌다. 수원고법원장실의 경우 가구를 책상 따로, 3단 서랍 따로 등 15종으로 나눠서 구매했다. 관급 공사 발주에서 흔히 봐오던 나쁜 편법이다.

법조계 국감에서 지적되던 익숙한 사안들이 있다. 사건 처리 적절성 여부, 영장 발부율 등 통계 편차, 민원인 불편 야기 등이다. ‘법원이 호화가구를 편법 구매했다’는 지적은 대단히 생소하다. 법관 출신의 국회의원이 폭로한 점도 이채롭다. 물론, 재판과 무관한 행정업무다. 판사보다는 사무국에서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 법원장은 알 수도 없는 개원 초 얘기다. 수원법원의 전체 문제처럼 떠들기는 그래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시민들에겐 그냥 법원 얘기다. 자기 인생이 걸린 사건을 재판한 판사들의 문제로 해석한다. 법원이 호화 가구에 혈세 쓰고, 편법으로 특정 업체 밀어줬다고 여긴다. 그냥 두고 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010년 성남시의 호화 청사가 논란을 빚었다. 신임 이재명 시장의 선택은 단호했다. 시장실을 시민에게 전면 개방하는 방법을 택했다. 많은 시민이 이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수원법원’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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