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칼럼] 덕분에 청렴합니다
[청렴칼럼] 덕분에 청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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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기관의 반부패·청렴 정책을 세우기 위해 관내 교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정곡을 찔린 것처럼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있었다. ‘우린 이미 청렴한데 무얼 더 청렴하란 말인가’, ‘우리가 부패하다는 것이냐’라는 매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청렴을 강요받은 그들의 불만 아닌 불만이었다. 듣고 보니 그럴만도 했다. 우리 조직에게 자꾸만 청렴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어쩌면 아직도 우리 조직이 부패하다고 자백하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조직이 부패하다고 자백해야 하는 점에서 그들이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반부패 총괄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매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을 하고 있는데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설계됐다는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모형을 보면 종합청렴도를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 정책고객 평가 설문, 부패사건 발생현황(감점요인) 등 다각적인 평가요소를 두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의 청렴수준을 수치화해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지역사회 청렴문화 제고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지만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직이 청렴해지기 위해, 아니 청렴도 측정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기 위해 목이 터져라 반부패를 외치고, 청렴교육과 홍보에 지대한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지역사회와 우리 기관의 청렴도가 불쑥 올라가는 것일까? 뜻밖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들 과연 그것을 진정한 마침표라고 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이 없는 한 그것은 사상누각이요 일회성 전시행정에 그치기 십상일 것이다. 다시 말해, 청렴 정책의 성공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을 기반으로 청렴문화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것이 일상화됐을 때의 파급력을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았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마스크 문화이다. 처음엔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여간 답답하고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이제는 갓난 아이에서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가 없다.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싶은 생리적 욕구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였지만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고 의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 문화가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청렴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 가을,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행해 왔던 관행들과 유교적 사상들은 우리로 하여금 청렴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불편하게만 느껴졌고 청렴한 사회라는 문구에 적응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를 요구케 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날 부정부패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청렴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 됐다. 바로 청렴문화가 일상화 됐기 때문이다.

청렴문화의 일상화를 통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실천과 참여를 지향하기 위해, 올해 우리 기관에서는 ‘덕분에 청렴합니다’라는 청렴 정책 슬로건을 내걸었다. 강요만 하는 청렴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주는 청렴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서였다. 내가 청렴한 것은 바로 내 의지가 아니다. 내 옆에서 묵묵히 맡은 바 책무를 다하는 동료 덕분이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믿어 의심치 않고 그들의 사무를 일임해준 국민들 덕분이다.

필자는 청렴문화가 우리 조직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 나와 우리 조직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송화정 광주하남교육지원청/경영지원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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