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스포츠클럽의 민낯…창고에서 연습하는 군포 리듬체조 주니어 국가대표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 곳곳에서 빗물이 새고 있다. 황대호의원 제공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 곳곳에서 빗물이 새고 있다. 황대호의원 제공

군포시 G-스포츠클럽 소속 주니어 리듬체조 선수들이 체육관을 구할 수 없어 4개월째 빗물 새는 허름한 창고에서 연습하고 있다. 이마저도 사비를 들인 원정 훈련이다. 지역스포츠클럽과 학교운동부를 연계해 인재를 키운다는 G-스포츠클럽 시행 취지가 유명무실해졌지만 교육당국은 코로나19로 체육관을 사용할 수 없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

11일 군포시 당정중학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당정중 리듬체조 선수들은 관내 체육관을 대관하지 못해 화성시 비봉면 컨테이너 창고를 임대해 쓰고 있다. 학교에서 창고까지 승용차로 최소 40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다.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 곳곳에서 빗물이 새고 있다2. 황대호의원 제공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 곳곳에서 빗물이 새고 있다2. 황대호의원 제공

리듬체조 종목을 연습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11~13m 높이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해당 창고는 8m 높이에 그쳐 아이들이 수구를 하다 떨어지는 공에 온몸을 부딪쳐 부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천장에선 빗물이 새고 바닥은 초록색 에폭시가 덮여 딱딱하고 차갑다. 컨테이너 구석진 곳엔 전등조차 없어 공이 날아가면 보이질 않고, 연습 장비를 옮기다 하루를 날리기도 한다.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 황대호의원 제공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 황대호의원 제공

국가대표 선발전, 아시아선수권대회, 러시아 카잔 국제대회, 모스크바 국제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2위의 성적을 거머쥔 국가대표ㆍ경기도대표 출신 A선수 역시 창고 안 신세는 마찬가지다. A선수의 어머니는 “체육관이 없어 학부모들이 컨테이너 창고를 직접 빌려 스티로폼 매트를 설치하고 학교에서 사용하던 매트를 깔아 연습시키고 있다”며 “훈련 내내 ‘피해라’, ‘조심해라’, ‘했다 치고 잘 던져라’라는 말이 계속되는데 우리 아이들은 G-스포츠클럽이라는 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리듬체조 유망주들이 이처럼 열악한 처우에 놓인 이유는 G-스포츠클럽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부실하게 관리돼서다.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2. 황대호의원 제공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2. 황대호의원 제공

경기도교육청 핵심사업 중 하나인 G-스포츠클럽은 학교체육-생활체육-엘리트체육을 연계하는 지역기반 공공 스포츠클럽을 말한다. 하지만 군포지역 공공시설은 리듬체조 선수들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 2월25일 군포시체육회에 체육관 사용이 금지됐다고 알려도, 6월3일 당정중학교가 교내 시설 사용을 일시 중단한다며 군포시에 공문을 보내도 유관기관 모두가 체육관 마련을 외면했다. 그렇게 당정중 리듬체조 선수들은 3월 군포시 시민체육광장, 6월 안양시 사설학원, 8월 화성시 컨테이너 창고를 헤맸다.

올해 G-스포츠클럽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경기도내 23개 지자체에서 총 62개 클럽이 운영됐다. 군포 당정중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운영하지 못한 곳은 ▲과천(야구) ▲부천(테니스, 럭비, 양궁, 인라인, 볼링, 유도) ▲광명(배구) ▲이천(축구) 등 6개 지자체 11개 클럽이다.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3. 황대호의원 제공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3. 황대호의원 제공

이에 G-스포츠클럽 운영 실태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황대호 의원(더불어민주당ㆍ수원4)은 이날 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군포ㆍ의왕교육지원청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군포지역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부 아이들이 교육청, 지자체, 관계 기관의 무관심과 탁상행정 속에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주긴커녕 오히려 꿈을 사라지게 만드는 G-스포츠클럽이 이대로 운영돼도 괜찮을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지명숙 군포ㆍ의왕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반성하고 있다.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에서 선수가 훈련하고 있다. 황대호의원 제공
군포시 G-스포츠클럽 리듬체조 선수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창고에서 선수가 훈련하고 있다. 황대호의원 제공

강현숙ㆍ이연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