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응원전 사라지고 마스크 행렬...‘사상 첫 코로나 수능’ 현장
열띤 응원전 사라지고 마스크 행렬...‘사상 첫 코로나 수능’ 현장
  •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 입력   2020. 12. 03   오전 10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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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 성남고등학교.
▲ 성남 성남고등학교.

코로나19 여파에 올해 수능 풍경이 확 달라졌다. 북ㆍ꽹과리 등 응원 소리와 함께 활력이 넘쳤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었다.

■응원 자제ㆍ개인 방역 필수…“이렇게 조용한 수능은 처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오전 안양시 백영고등학교(경기도교육청 제35지구 제6시험장) 앞은 시종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날 시험장을 찾은 소수의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시험장에 입장하는 수험생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냈다.

특히 대부분의 가정이 승용차로 수험생을 시험장 앞에 내려주면서 정문 앞에 비상등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과거 문앞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및 선후배 간 응원이 곳곳에서 이어진 것과 달리 올해는 차량 안에서 서로 손을 맞잡으며 마지막 응원을 보냈다.

▲ 화성 반송고등학교.
▲ 화성 반송고등학교.

오전 7시30분께 화성시 반송고등학교(제44지구 제5시험장)도 비슷했다. 교내 23개 시험실에서 수능 시험을 치르는 552명의 학생들은 건물 앞에 일렬로 줄을 서고 발열체크를 진행한 뒤 입장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밖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아이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자리를 떠났다. 응원전이 금지된 대신 반송고 건물 외벽에는 2개의 응원 현수막이 걸렸다. 반송고 재학생 일동이 게시한 현수막에는 “꿈을 향해 달리자! 넌 할 수 있어, 보석처럼 빛날 너를 응원해”, “3학년 선배님들 화이팅”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시각 성남시 성남고등학교(제31지구 제1시험장)에선 성일고교 문과 학생 등 총 240명이 25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 성남 성남고등학교.
▲ 성남 성남고등학교.

소원섭 성일고 교사(41)는 “올해처럼 조용한 수능은 처음”이라며 “1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을 봤기에 아이들의 눈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다. 힘든 한 해였지만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전했다.

■도시락 전달하고, 사이렌 울리고 ‘시끌벅적’

▲ 수원 대평고등학교.
▲ 수원 대평고등학교.

상대적으로 활기를 띠는 곳도 있었다. 영하권의 추위를 보인 같은 날 오전 7시40분께 수원시 대평고등학교(제30지구 제3시험장)에선 4명의 학부모가 50여개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미처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한 수험생들을 위해 마련한 것. 이러한 모습을 본 수험생들은 밝게 웃으며 들어가거나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정문에 들어섰다. 이유민양(19)은 “코로나19 때문에 학원도 잘 못 가서 집에서 주로 공부했다. 어제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며 “처음 보는 수능이라서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고 문제집을 끌어안으며 교실로 이동했다.

용인시 상현고등학교는 입실 종료까지 1시간이 넘게 남은 이른 시간부터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정문에서 수험표로 간단한 본인 확인을 거치면 수험생들은 바닥에 붙은 화살표를 따라 학교로 이동했다. 오전 7시50분께에는 도시락을 놔두고 입실한 수험생이 있어 학부모가 발을 동동 구르는 해프닝이 있었다. 수험생이 아니면 학교에 입장할 수 없어 학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갔지만 다행히 뒤늦게 연락이 닿아 학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도시락을 ‘배달’했다. 또 8시10분께에는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를 타고 수험생의 가족으로 보이는 인물이 다급하게 학교를 방문했다. 수험생이 신분증을 놓고 시험장에 입실했기 때문인데 이 역시 무사히 전달됐다.

■자가격리자 수험장 삼엄…사찰 등 기도 열기 ‘후끈’

▲ (수능)이재정 경기도교육감, 2021학년도 수능 현장 방문해 격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2021학년도 수능 현장 방문해 격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수험생들이 모인 학교는 엄숙한 상황이었다. 경기남부지역 한 고등학교는 당초 8명의 자가격리자가 입실할 예정이었지만 1명이 빠지게 되면서 오전 8시40분 기준 7명이 입실, 교문이 닫혔다. 이 고등학교를 찾은 수험생들은 구급차와 자가 차량을 이용해 고사장으로 왔다. 이 학교 관계자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최대한 아이들이 수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걱정, 코로나19 걱정을 끌어안은 학부모들은 사찰로 가서 미처 못한 응원 열기를 전하기도 했다. 수원 봉녕사 대적광전 안에선 차가운 바닥 위에 방석을 깔고 불상을 향해 자녀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기도 행렬이 이어졌다. 10여명의 수험생 가족들이 있었지만 어떠한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108배를 드리는가 하면 또 다른 학부모는 합장한 채 10여분을 가만히 기도하고 있었다. 수험생 가족들이 기도하는 와중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계속됐다. 대적광전 주변 신발을 벗고 참배하는 곳에서는 맨발로 한발자국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절을 올리는 학부모도 보였다.

김은정씨(45)는 “수능 시험 준비로 마음고생 많았을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뿐이다”며 “긴장하지 말고 자기 역량만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을 찾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가 지 구내 시험장으로 이송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어 의정부여자고등학교로 이동해 입실하는 수험생을 응원하고 경찰, 자원봉사자들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시험장까지 운영하며 어느 해보다 수능 준비가 어려웠다”면서 ”안전하게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애써주시는 모든 종사요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 19개 지구 342개 시험장에서 13만7천690명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있다. 수험생 가운데 확진자는 남부와 북부 각 2곳씩 마련된 병원시험장에서, 자가격리자는 27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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