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지도자, 수원시청 씨름단 발전 기원”…38년 지도자 생활 마감
“나는 씨름 지도자 가운데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38년 지도자 인생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수원시청의 더 큰 발전을 기원합니다.”
국내 민속씨름 지도자 중 최다인 62회에 걸쳐 장사(우승자)를 배출한 ‘모래판 미다스의 손’ 고형근(61) 수원시청 감독이 38년 지도자 생활을 마감하고 이달말로 정년 퇴임한다. 지난 1982년 수원농생명과학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해태유업 감독을 겸한 그는 2005년 수원시청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16년간 팀을 정상으로 이끈 뒤 지난해 정년을 맞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한 수원시의 배려로 1년간 더 지휘봉을 잡고 국내 민속씨름 지도자로는 전무후무한 62차례 장사를 배출하고 모래판을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한씨름협회는 지난 16일 ‘정읍 민속씨름리그 왕중왕전’ 기간 중 사상 최초로 그에 대한 은퇴식을 열어주고 공로패를 수여했다.
고 감독의 ‘모래판 마법’은 수원시청 창단 2년 뒤인 2007년 10월부터 시작됐다. 태안 추석장사대회서 이주용이 거상장사에 오르면서 부터다. 이후 윤정수, 이장일, 이용호, 한승민, 이승호, 임태혁, 문형석, 문준석, 김민우 등 10여명의 장사들을 배출했다. 수원시청 8명의 선수 가운데 신입 선수 1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장사 경험을 했을 정도로 막강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백전 노장’ 이주용(37)은 현역 최다인 18회 장사타이틀 보유자이고, ‘고형근사단의 간판’ 임태혁(31)은 올해 이벤트 대회인 ‘씨름의 희열’ 초대 태극장사 등극을 비롯, 2020시즌 4관왕에 오르며 통산 17번째 장사에 올라 이주용을 뒤쫓고 있다.
고 감독은 “2005년 창단 멤버로 2007년부터 함께해준 이충엽 코치가 선수 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원팀으로 만들어 줬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평소 선수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면서 운동시간 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훈련할 것을 주문했다. 내 지도 방식을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것이 오랫동안 장사를 배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고 감독은 “7~8년전 임태혁, 윤정수 등 간판 선수들이 좋은 조건의 기업 팀으로 떠났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가 더 분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돼 이듬해 성적이 더 좋았다”라며 “임태혁이 3년 뒤 계약금 등에서 2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더없이 기뻤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고 감독은 “처음 수원시청을 맡으면서 떠날 때는 모든 것을 다 비우고 후배들을 위해 아름답게 떠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명절 장사때마다 현장에 와 격려해주신 염태영 시장님과 수원시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항상 열심인 우리 팀 이충엽 코치와 선수들에게 ‘여러분 때문에 행복했었다’는 말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 감독의 은퇴무대였던 지난 17일 ‘정읍 민속씨름리그 왕중왕전’ 한라장사 결정전에서는 ‘무명의 이적생’ 김민우(25)가 생애 첫 장사에 등극, 그의 지도자 인생 62번째 장사타이틀 을 새기며 대미를 장식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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