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39.양주 ‘조명박물관’
[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39.양주 ‘조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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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현재까지… 세상의 빛을 만나다
옛 조명기구 전시, 우리나라 조명史도 한눈에
전시장 곳곳 테마별 빛의 무한한 상상력 담아
코로나 여파 크리스마스 특별전 내년 기약키로
빛공해 실상 알리는 사진·UCC 공모전·전시
라이트아트 발전 위해 작가 발굴·지원도 앞장
플로어 스텐드, 상들리에 등 다양한 조명이 전시돼 있다.

겨울은 춥고 쓸쓸한 계절이다. 밝고 따뜻한 빛이 몹시 그리운 것은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조명박물관을 떠올리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2004년 양주시 광적면에 설립한 조명박물관은 이듬해에 등록박물관이 됐다.조명박물관을 세우고 지원하는 필룩스(주)는 2010년 중소기업문화경영 대상을 수상한 국내 토종 조명기업이다. 필룩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메세나’를 함께 하는 문화경영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반딧불이는 꽁지의 불빛으로 짝을 찾지만 빛공해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어두운 밤을 되찾아 반딧불이에게 숲을 돌려주길 기원하는 작품.

■ 빛, 색, 조명으로 이웃과 어울리다

조명박물관(관장 구안나)은 필룩스(주) 구내에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명박물관이 벌이고 있는 사업은 전시,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2006년부터 매년 어린이날에 여는 ‘빛나는 어린이축제’는 우리나라 3대 어린이축제로 꼽힌다. 5월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이날의 행사에 무려 2만~3만명이 찾아 즐기는 종합가족축제이다. 지역에 있는 예원예술대학교, 육군 26사단, 73여단, 5기갑여단, 양주경찰서, 양주소방서, 양주시자원봉사센터, 양주광적도서관 등 민·관·군이 함께 만드는 축제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2006년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 특별전’은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이다. 2019년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전시화한 <눈의 여왕>을 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단 한 사람의 관객도 만날 수 없다. 구 관장은 말한다. “올해는 새로운 특별전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도 관람객들과 크리스마스의 즐거운 분위기를 함께 하고자<눈의 여왕>을 재구성해 개관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그마저 할 수 없게 됐다.”

2018년에 진행한 국립민속박물관과의 공동기획전 은 조명기구가 우리 일상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우리 곁에 있는 조명과 우리 일상을 성찰해보는 기회가 됐다.2019년에는 20세기 디자인의 혁명을 주도한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을진행했다.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바우하우스 철학과 가치를 고찰해 관람객들의 깊은 관심을 받았던 전시였다.

■ 빛의 과거, 현재와 미래-조명역사관


조명박물관을 설립할 때부터 함께 했다는 안상경 실장의 안내로 조명역사관을 둘러본다. 역사관은 조명기구를 시간순으로 전시하고 있다. 1만 년 전까지 살았던 크로마뇽인들은 횃불을 켜고 동굴에 벽화를 그렸다. 이처럼 예술은 빛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명의 역사를 알려주는 유물은 낙랑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제 고배형등잔과 토기등잔을 시작으로 가야, 삼국시대의 청동등잔과 이형토기등잔으로 이어진다.

온갖 종류의 등잔, 등잔을 올려놓는 등가, 등경 등 우리 선조들이 썼던 희귀한 등화구 유물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 조족등(照足燈)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발을 비추는 등이란 뜻을 가졌는데 안 실장의 설명을 들으니 더욱 관심이 쏠린다. “1876년 훈련대장 신헌(1810~1884)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족등은 적진을 습격할 때, 강을 몰래 건널 때, 날씨가 어둡고 깜깜할 때에 사용하는 것이다. 들어서 적을 비추면 적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나는 능히 적을 알아볼 수가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족등은 손전등의 원조인 셈이다.

램프와 가스등, 배터와 전기가 운송 수단과 결합하면서 리, 기차등, 선박등 같은 교통조명으로 발전하면서 근대로 이끌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조명을 생각하면 발명왕 에디슨(1847~1931)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에디슨은 여러 번의 실패 끝에 1879년에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해 40시간 동안 꺼지지 않는 백열전구를 만든다. 백열전구는 석유등이나 가스등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며 비용도 적게 들었다. 1910년 쿨리지가 텅스텐 필라멘트를 사용해 수명이 더 길고 밝은 백열전구를 대량생산하면서 백열등은 세계인의 밤을 밝히는 조명이 됐다.

우리나라의 조명 역사도 놀랍다. 1883년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은 밤거리를 환하게 밝힌 전등을 보고 깜짝 놀란다. 1884년 귀국한 민영익이 고종에게 전등 도입을 건의하여 에디슨 전기회사와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전등기사 매케이(McKay)를 초빙하여 1887년 1월에 전기등소를 완공하여 양초 16개 밝기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하게 된다. 백열등을 발명한 지 겨우 8년이 지났을 때다. 경복궁의 전깃불은 베이징의 자금성이나 일본의 궁성보다 더 빨랐다. 1900년에 한성전기회사가 종로에 가로등을 설치하면서 민간에서도 전기조명을 사용하게 된다. 1938년 수은등 내면에 형광물질을 바른 형광전구를 발명했는데 1955년부터 국내로 수입돼 1957년에 국산품으로 대량생산됐다.

조명역사관을 벗어나자 밝고 툭 트인 공간이 나온다. 분위기가 훤하다. 빛과 예술,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진 라이트아트 전시장이다. 안 실장을 따라 옆문으로 들어서니 뜻밖에도 아담한 소극장이 나타난다. 단원들이 무대를 설치하고 연기를 한창 연습하는 중이다.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지만 공연을 촬영해 유튜브로 영상을 제공한다니 홈페이지를 접속해 보면 되겠다.

■ 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새로운 길을 열다-빛공해 사진·UCC공모전

길에 전봇대가 서고 가로등이 켜지면서 어둠 속에 살던 도깨비가 사라졌다. 하늘의 별들도 쫓아낸 조명은 낮과 밤을 바꿨고 매미와 꽃까지 못살게 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조명박물관은 오래전부터 뜻 깊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5년부터 연 ‘빛공해사진공모전’이 그것이다. 빛공해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좋은 빛을 추구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환경부, 서울시와 공동으로 행사를 열어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하는데 기여했다. 현재 약 3천만원의 상금과 부상을 걸고 서울시와 빛공해사진UCC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빛과 함께 놀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조명놀이터 옆에 빛공해어린이전시장과 빛공해사진UCC공모전 전시실이 나란히 있다.

빛공해어린이전시실은 ‘밝은 밤, 빛나는 숲 속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아이들이 빛공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근한 숲 속 동식물과 빛의 공해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박물관의 지원 사업 중에서 ‘필룩스 라이트아트 공모전’도 주목된다. 2008년부터 빛과 조명에 관심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라이트아트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여는 행사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행사조차 열지 못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빛상상공간’은 빛의 원리, 특성을 알아보고 빛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미로처럼 구성된 전시장 곳곳마다 테마를 가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로지 빛으로만 그려진 방, 숨을 불어넣는 작품, 무한히 확장되는 거울방, 그림자를 멈춰주는 벽, 발걸음으로 노래를 완성해보는 공간 등 빛 이야기들로 구성된 공간이다. ‘과학이 들려주는 빛이야기’는 빛의 원리, 특성을 알아보고 빛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빛의 굴절, 직진, 회절, 빛과 색의 삼원색과 같은 빛의 기본 특성을 체험할 수 있다. ‘라이팅빌리지’는 조명박물관의 유물을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공간으로 귀여운 마스코트 빛돌이와 호롱이와 어울려 놀 수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 특별전이다. ‘꼬마 눈사람의 겨울이야기’(2016), ‘빨간모자와 늑대의 메리크리스마스’(2017) 크리스마스 특별전 ‘차갑고 따뜻한 겨울이야기 눈의 여왕’(2019)은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물론 친구, 연인 등이 함께하기 좋게 구성됐다.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좋은 전시를 보여주는 것이 각박한 세상에 풍요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그냥 지나칠까 했는데 그나마도 안 되게 됐다.” 구 관장의 말에서 관람객과 함께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났다. “이제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그래서 이제까지 지나온 것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내년에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전시를 열 계획이다.”

경제 논리와 성장만 앞세우는 시대에 조명박물관의 행보는 미덥고 든든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박물관은 개관할 때부터 온기를 나누는 사업을 꾸준하게 벌여왔다. 지역과의 연대를 소중히 여겨 대학과 시청, 소방서, 군부대 같은 이웃 기관과 힘을 합해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음악회를 열고 공모전으로 빛의 공해를 경계하고, 빛을 소재로 작가들을 후원하는 일에서 박물관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성탄절이다. 삭막하고 혼란한 시대에 이 땅에 예수가 오신 까닭을 생각한다. 과연 좋은 빛이란 어떤 것일까. 예수는 가난하고 병든 자, 여자와 어린이의 좋은 이웃이었다. 그렇다. 예수는 눈부시지 않으나 주위를 밝고 환하게 비춰 주는 따스한 빛이었다.

김영호(병학연구소) / 사진=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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