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 “방역 방해 아니다” 이만희 무죄...코로나 政治, 냉정자중해야 할 이유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코로나 방역 방해 혐의에 대한 판단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의 판시는 이렇다. “방역 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 현황과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 조사라고 볼 수 없다… 자료수집 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 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 시설 현황과 교인 명단을 요구한 행정기관의 행위는 역학 조사 과정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공소사실의 기본이 되는 전제부터 틀렸음을 지적했다. 방역 활동 방해 혐의의 출발은 ‘방역 활동’이다. 방역 활동이 전제돼야 이를 위반한 불법 행위가 성립한다. 그런데 이 경우는 그 전제 조건부터 인정되지 않았다. 방역 활동이 아닌 행위를 방역 활동으로 전제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방역 방해죄가 되는지를 나아가 따질 필요도 없다는 판결이다. 중대한 수사 오류이며 과잉 기소다. 수사기관을 이렇게 몰아간 건 정치 상황이다.

2020년 2~3월로 돌아 가보자. 정국이 신천지 비난 일색이었다. 대구 신천지의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밝혀지면서다. 국민의 분노는 당연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으려는 정치 행위가 가세했다. 정치인들 사이에 ‘사이다’ 경쟁이 벌어졌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살인죄를 꺼내 들었다. 이만희 총회장 등을 살인혐의로 고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체포조와 함께 등장했다. 이 총회장이 기자회견 하던 곳을 급습하는 모습이 중계됐다.

열 달 지났다.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결국, 무죄 날 사람을 살인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가 됐다. 무고 책임이 얘기될 수 있다. 체포조 급습도 죄 없는 사람을 쫓아간 꼴이다. 당사자는 이런 추적을 피해 도망 다녔다. 판결문 훑으며 생각하면 참 해괴한 장면이었다. 무죄판결이 이 총회장의 도의적ㆍ사회적 책임까지 감면하는 건 아니다. 다만, 살인죄 적용ㆍ체포조 출동 등의 요란했던 정치 행위가 과했음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하기야 그뿐이겠나. 지금도 코로나 정치는 요란하다. 온갖 주장이 경쟁적으로 쏟아진다. 안 해도 될 주장을 한다. 해야 할 주장은 안 한다. 주장의 목적이 방역 아닌 정치에 있어서다. 이제 말과 행위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한 번 떠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저지르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만희 무죄가 모두에게 그런 예를 보였다. 법원이 책임과 비난의 한계를 법으로 재단했다. 그리고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 평가의 순간에 책임이 따르거나 민망한 상황이 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로 기록되는 역사 앞에 모두가 냉정하고 진중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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