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에 대한 감정평가는 크게 진위와 평가 액수다. 오래전부터 공신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도 검증방식은 허술하고 부족하며 주관적이다. 평가액보다도 진위가 우선돼야 평가액도 객관화할 수 있다. 한해 미술품이 거래되는 시장의 규모는 5천여억 원 정도다. 그간 미술품 위작 논란이 있는 작품의 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돼도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적어도 수년간 재판과정을 통해 위작으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그 책임을 공표한 사람이 짊어져야 했으며 재판 결과 위작으로 나온다 해도 수년간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소송비용 등 경제적 손실과 시간적 손실 등을 고려한다면 누구도 위작을 보고 위작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사립기관에서 미술품을 대상으로 작가, 제목, 장르, 시기, 소장 및 전시이력, 가격, 크기, 재료, 서명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자세한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 작가의 작품 특징과 시대별, 주제별로 비교가 가능하며 특정 작품을 선택해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는 기능을 통해 작품 간의 대조가 가능하다. 또 작품의 감정 이력을 조회할 수 있어 감정기관에서 위작 판정을 받고도 감정서를 없애는 행위, 감정서가 있어도 조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급된 감정서인지 아니면 위조된 감정서인지 확인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감정은 1980년대 필요성을 인식한 상업화랑들에 의해 시작되면서 몇몇 감정기관들이 생겨났고 활동 중이다. 주로 관련 전문가들에 의한 안목과 경험에 의한 감정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공공 미술관조차도 옥션이나 화랑 등 판매자의 이름만 믿고 거액을 들여 작품을 구입하고 있다. 반복되는 위작 논란을 잠재우고 미술품 거래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신력 있는 감정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공신력 있는 감정 시스템에 반드시 수반돼야 할 사항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시스템 마련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작품의 정보를 통해 안목과 경험에 의한 감정의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기반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산하의 공신력 있는 기관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늦은 감은 있지만, 미술품 감정의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곧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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