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수원시청 별관 주변에서 죽은 박새 3마리가 발견됐다. 박새가 별관의 유리창을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날아가다 부딪쳐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새의 투명창 충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야생조류 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수원시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대책’ 수립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기존 건물ㆍ방음벽에 조류가 인식할 수 있는 스티커ㆍ필름 부착을 유도하고, 신규 건물ㆍ시설에는 투명창을 줄이고 문양이 새겨진 유리를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야생조류 보호대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방음벽 아래 100마리 넘는 새가 부딪쳐 죽었다는 민원이 있었다.
도로의 투명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새들이 부딪쳐 죽는 사고가 빈번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800만 마리에 이른다. 건축물에 부딪히는 새가 765만 마리, 투명 방음벽 충돌이 23만 마리로 추산됐다. 새의 눈은 머리 옆에 달려 있어 정면에 있는 장애물과의 거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이 더해져 조류가 투명벽을 인지하지 못하고 들이받는 사고가 많다.
환경부가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대책’을 수립, 투명 방음벽에 일정 간격의 무늬를 새겨 넣어 조류가 방음벽을 피해갈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역시 무용지물이다.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모든 건물에 조류 충돌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건 재산권 침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건물부터 차례로 충돌 방지 시설을 갖추고,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지난해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명 ‘조류충돌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은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방지’ 조항을 신설해 국가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야생동물의 부상과 폐사 등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소관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피해방지 조치를 이행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도 가능하도록 했다. 조류충돌방지법이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생물의 피해를 최소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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