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살처분으로 수급 불안 문제가 생기며 달걀 등 서민 물가가 요동치는(본보 1월21일자 1면) 가운데 현재 정부의 방역 핵심인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진단키트와 백신 등 대안이 있음에도 단순히 거리를 기준으로 살처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부작용만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내 양계농가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AI가 발생한 농가를 기준으로 3㎞ 반경 내 모든 가금류 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이달 22일 기준 경기도에서 살처분 된 가금류는 총 732만1천383마리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지역적으로 산발적인 AI 감염이 지속되는 등 상황이 수그러들지 않자 양계농가들 사이에선 애꿎은 농가들만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양계산업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평택에서 양계 농장을 운영 중인 황승준씨(57)는 “철저하게 소독하고 방역수칙도 준수했는데 발생 농가에서 2.8㎞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15만마리가 모두 살처분됐다”며 “보상이 진행돼도 실제 피해보다 적게 산정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대한양계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무자비한 살처분으로 국내 양계 산업의 기반이 무너져 달걀 가격 폭등 등 부작용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방역대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지적은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제기된다. 수의사들은 현재 기술 발전으로 진단키트와 백신 등 다양한 대안이 나왔지만, 방역 대책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은 “4시간 만에 AI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방법, 백신 등도 있는데 과거 방식인 ‘살처분’만 고집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일본과 대만 등에선 백신을 도입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단계적으로 백신을 도입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예방적 살처분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AI는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전 경험을 토대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며 “진단키트나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의 잠복성 문제, 무증상 감염, 토착화 등 2차 피해 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예방적 살처분이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희ㆍ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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