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늘어난 음식점…자영업자들 출혈 경쟁에 어려움 호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음식점이 생기는 것 같아 살아남기가 점점 어려워지네요”

포화상태에 달한 경기도내 요식업 자영업자들이 출혈경쟁으로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비교적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음식점 창업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달 서비스 활성화로 인한 음식점들의 상권 범위 확대도 자영업자들 간 경쟁 가속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정부와 도내 요식업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음식점 창업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경기도내 일반음식점 개수는 19만1천442개로, 2019년 17만255개에 비해 2만1천187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폐업자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요식업계 창업자는 늘었다는 분석이다. 요식업의 경우 평균 창업비용이 8천871만원(2018년 기준)으로, 다른 업종의 평균 창업 비용(1억300만원)에 비해 초기투자비용이 적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경쟁 업체까지 늘자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에서 돈까스집을 운영하는 임찬혁씨(34)는 그동안 홀 판매만을 고집했지만 코로나19로 매장운영에 어려움이 생기자 지난해 7월부터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배달 서비스를 개시하고 주문이 늘며 매출이 회복되는 듯했지만 이는 한 달도 채 유지되지 않았다.

임씨는 “배달이 점차 줄어 배달앱을 확인해 보니 인근에 돈까스가게 5개가 새로 등록돼 있었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비슷한 업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배달 활성화 등 음식점들의 상권 범위 확대 역시 자영업자 간 경쟁을 가속화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인시 처인구에서 칼국수집을 운영 중인 김혜주씨(56)는 “작년 10월에 2㎞쯤 떨어진 곳에 칼국수집이 하나 생기고 매출이 40%가량 감소했다”며 “요즘은 대부분의 매출을 배달에 의존하다 보니 2~3㎞ 떨어진 곳에 비슷한 업종이 생겨도 영향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 등으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음식점 등 외식업종 종사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 구조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식업은 이미 과다 경쟁 상태인데도 지속적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은 데다 상권영향력이 넓어짐에 따라 소외되는 등 운영난을 겪는 지역 자영업자들은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구조조정 등으로 번져 대량 실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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