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당신은 집이 있는가
[지지대] 당신은 집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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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시대의 문학』은 문학평론가 이동하의 첫 평론집이다. 1985년에 펴냈으니 햇수로 36년이 지났다. 20대 청년에 만났던 이 해묵은 책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이유는 한 가지다. 평론에서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평론집 제목이 된 ‘집 없는 시대의 문학’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마르틴 부버는 인간에게 살 집이 있는 시대와 그것이 없는 시대라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서구의 정신사를 유려하게 설명한 적이 있다. 그 글을 읽고 강렬하게 떠오른 상념은, 부버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우리의 근대 정신사를 살 만한 집이 마련되지 않은 시대로 규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것이었다. 백여 년 전에 강요된 개국 이래 실로 숱한 이데올로기와 주의ㆍ주장이 이 땅을 쓸고 지나갔으되, 그 어느 것도 우리들이 들어가 편안히 쉴 만한 집은 되지 못하였다.’

▲이른바 ‘영끌’이란 신조어가 시대를 풍미(風靡)하고 있다. 주택 규제가 전방위로 펼쳐지자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몰려든 것이다. 영혼까지 탈탈 털어야 하는 그 불안과 절박감에 몰린 사람들이 어디 ‘2030’ 뿐이겠는가. 그동안 스무 번도 넘게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고, 국토부장관 교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설날 전까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설이 점차 다가오면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 모두가 목을 빼며 기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집이 가지는 이중의 의미 모두에 짓눌려 살고있는 셈이다. 좌파, 우파, 진보, 보수, 페미…. 이동하의 말처럼 지금까지 숱한 이데올로기와 주의ㆍ주장이 지나갔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안주할 만한 집이 없다는 정신적 황폐함과, ‘영끌’로 실제 집(물리적)을 사야하는 현실적 고단함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어떤가. 당신은 집이 있는가.


박명호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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