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4㎡)를 8억7천만원에 계약한 P씨(44)는 2주 뒤인 올해 1월 초 집주인으로부터 갑작스런 계약 파기 통보를 받았다. 단지 내 같은 규모의 다른 아파트가 11억원에 거래되는 등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도인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전셋집까지 뺀 P씨는 다른 보금자리를 찾고자 발품을 팔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매 과정에서 계약을 파기하는 집주인이 증가, 피해를 보는 매수인들이 발생하고 있다. 계약금보다 집값 오름세가 더 커 계약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로선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를 했어도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행에 착수하기 전(중도금 납부 등) 까지는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매도인의 정당한 권리여서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매수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매도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도 매도인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인한 피해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부동산 관련 카페에 글을 올린 A씨는 “계약금 10%를 준 상태이며 계약서도 작성했는데 매도자가 시세를 모르고 집을 싸게 팔았다며 계약파기를 하자고 한다”며 “부동산도 매도자편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계약파기 예방을 위해서는 중도금을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 지급하는 등 계약이행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매도인의 계약파기는 원칙적으로 계약이행 전에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 금액을 지급하면 계약이행으로 봐 매도인의 파기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약금ㆍ중도금ㆍ잔금 지급 시기를 촘촘하게 설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엄 변호사는 “요즘 같은 시기에 집주인이 계약파기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라며 “각 시기를 가까이 두고 즉시 시행하는 것도 파기를 막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보통 계약금(매매가의 10%)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면서 “가령 10억원상당의 아파트 매수 시 계약금은 1억원이지만, 1억원 이상을 계약금으로 보내 매수 의사를 확실히 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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