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학폭 미투
[지지대] 학폭 미투
  •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lshgo@kyeonggi.com
  • 입력   2021. 02. 17   오후 8 : 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래 그런 줄 알았다.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가 옥상으로 후배들을 집합시키고 툭툭 치며 훈계하는 것, 군대에서 선임이 점호시간 뒤 내무반에서 하루를 반성시키는 일. 조금 큰 잘못이라도 했을 경우 따로 화장실로 끌려가 뺨까지 맞았다. 이처럼 과거 폭력은 일상이었지만 교육과 훈계라는 이유로 암암리에 묵인됐다.

폭력은 당한 사람은 기억한다. 평생 뇌리에 잊혀지지 않기 마련이다. 어느 날 TV를 봤더니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나온다. 화면 속 이미지는 과거 나를 괴롭히던 그가 아니다. 그는 착하고 친절해 인기도 많다. 운동도 잘한다. 그런데 나는 알고 있다. 그는 일진이었고 나를 괴롭힌 악마다.

▶잘 나가던 쌍둥이 자매 국가대표 배구 선수들이 퇴출당했다. 과거 학교폭력이 드러나면서다. 이들은 10년 전 중학교 시절 동료 후배 선수들을 괴롭힌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뒤늦게 자필 사과문까지 올리며 용서를 구했으나 결국 국가대표를 박탈당했다. 이들은 학교폭력이 드러나기 전까지 억대 연봉에 미모와 실력을 갖춘 선수로 인정받았다. 쌍둥이 자매 배구선수 학폭 논란은 남자 배구로까지 번진데 이어 여기저기서 ‘유명 스포츠 스타 선수로부터 과거 괴롭힘을 당했다’는 ‘학폭 미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연예인을 둘러싼 학폭 논란도 잊을 만하면 나온다. 지난해 학교폭력 예방 홍보영상까지 촬영한 아이돌은 중학교 시절 학폭 논란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인기 밴드그룹 멤버는 학폭 논란으로 팀을 탈퇴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끌던 참가자도 학폭 논란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유명 걸그룹 멤버 역시 같은 이유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인기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은 TV 등 미디어 속에서 화려하다. 만약 이들 중 누구가로부터 과거 폭행을 당했다면 피해 당사자는 그 사람이 나올때마다 다시 그때의 고통이 떠오를 것이다. 그때 나를 괴롭힌 그가 인기를 얻으며 잘 나간다니 세상이 잘못된 것 같다. SNS, 청와대 청원까지 하며 이들의 과거 행태를 폭로한다. 연이어 비슷한 일을 당한 이의 ‘미투’가 이어지고 문제의 인기 스타는 하차한다. 요즘 ‘학폭 미투’의 ‘기승전결’이다. 시대가 변했다. 특히 요즘 우리의 도덕적 기준은 절대평가 수준이다. 우리가 남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하루 하루 잘 살아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