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 유(楡), 햇살치밀 섬(暹)’
지난 10년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타선을 이끈 좌타 거포 한유섬(32)이 ‘나무 위에 떠있는 해’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올 시즌 재도약을 노린다.
이전까지 ‘한동민’이라는 이름과 ‘동미니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한유섬은 최근 개명 사실을 밝히며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더욱이 한유섬에 이어 팀메이트인 대졸 신인 조정호(21)도 종교적인 이유로 최근 ‘조요한’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겨울동안 한 팀에서 두 명이나 개명한건 흔치 않은 사례다.
한유섬은 “새로운 마음가짐, 앞으로 더 밝은 나날을 위해 개명을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야구를 더 잘하겠다는 의미만으로 개명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85번에 지명돼 SK에 입단했다. 예나 지금이나 드래프트에서 대졸 외야수는 큰 매력이 없는데다, 지명 순위가 말해주듯 그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한 이는 많지 않았음을 보인다.
하지만 한유섬은 낮은 지명 순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프로 2년차인 2013년 99경기에서 타율 0.263 16홈런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과시했다. 이후 군 복무를 거쳐 지난 2017년 29홈런을 시작으로 이듬해 41홈런을 때려내며 프로야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하위 라운드의 반란’을 만들어 낸 그는 현재 팀에서 10년차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하지만 한유섬은 이후 2년 동안 부상과 부진으로 부침에 빠졌다. 2년간 때려낸 홈런 27개는 적지 않은 수치지만 그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한유섬은 “좌측 엄지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지난해 9월 수술을 거쳐 연말부터 훈련을 재개했다”라며 “현재는 아픈 곳 없이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잦은 부상으로 마음 고생을 했지만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더라도 결과를 내야 하는게 프로”라며 “올해는 타격감이 좋았던 2017~2018년의 감각을 찾으면서도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올해 각오를 밝혔다.
제주=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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