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인 비크는 제자로서 슈만을 좋아했지만, 슈만이 자신의 딸과 만나는 것은 탐탁지 않아 했다. 슈만의 집안사정도 좋지 않았고, 뒤늦게 음악을 시작했기에 아직 성공하지 못한 남자에게 딸을 맡길 수 없었고, 클라라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졌기에 더욱 둘을 결혼시키기 아까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슈만과 클라라는 비크의 눈을 피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확인했다. 이때 만들어진 곡이 바로 <어린이 정경>이다. 클라라가 ‘가끔 당신이 어린아이 같아 보여요’라고 쓴 편지에서 착안된 곡으로, 제목과 달리 ‘어린이를 위한 음악’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무르익어 클라라가 20살, 슈만이 29살이 될 때 결혼하기로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이자 스승인 비크는 완강히 반대했다. 이에 클라라는 슈만을 데리고 법정으로 갔고, 두 사람과 비크의 법정 다툼이 1년간 이어진다. 비크는 슈만에 대해 좋지 않은 증언을 했지만, 클라라의 어머니, 슈만의 친구였던 프란츠 리스트 등이 슈만에 대한 좋은 증언을 해주어 법정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때가 1840년, 슈만이 무려 140여 곡 이상의 가곡을 쓴 해였다. 슈만과 클라라는 1840년 9월 12일 결혼식을 올리는데, 슈만은 결혼 전날 클라라에게 프러포즈로 곡 하나를 선물했다. 그 곡이 바로 <미르테의 꽃> 중 <헌정>이라는 유명한 곡이다.
클라라와의 오랜 사랑의 결실을 이룬 슈만에게 이듬해 1841년은 ‘가곡의 해’가 되었다.
슈만은 이 행복한 시절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사랑으로 부푼 가슴은 슈만에게 샘솟는 창작 능력을 주었고, 주옥같은 가곡들이 줄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르테의 꽃>, <여인의 사랑과 생애>, <시인의 사랑> 등이 그것이다.
“클라라! 이 곡을 작곡했을 때 나는 당신의 영혼 속에 있었습니다. 만일 당신이 없었다면 이러한 곡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칩니다.“
슈만은 아름다운 가곡을 가슴 속에서 만들어 낼 때마다 이렇게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편지를 썼다.
정승용 작곡가ㆍ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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