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인 반도체 인근 기획부동산 관련 부지 조사

현직 국회의원과 공공기관장 가족 지분 포함돼 논란 예상

231명이 지분을 쪼개 소유하고 있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13-3 일대.  조주현기자
231명이 지분을 쪼개 소유하고 있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13-3 일대. 조주현기자

경찰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부지를 대상으로 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수천㎡에 달하는 기획부동산 관련 부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배수지 및 집단 에너지 시설 인근인 해당 부지는 1필지를 200여명이 쪼개 소유하고 있는가 하면, 여당 중진 국회의원 및 중앙부처 공공기관장 가족도 소유주에 포함돼 있어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지는 용인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일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바로 맞닿아 있는 임야다. 개발 도면상 이곳 인근에는 반도체 클러스터 배수지 및 집단에너지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의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용인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13-3의 소유자는 231명 ▲13-6 소유자 207명 ▲13-7 소유자 206명 ▲13-8 소유자 106명이었다. 해당 지역은 지난 1980년대 기획부동산에 의해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대거 투자가 몰린 지역이다.

당초 기획부동산은 주택 단지로 개발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5년에는 처인구 원삼면과 모현면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말 산업 특구로 지정돼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고, 2019년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가 확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1일 현장에서 만난 지역주민 A씨는 “해당 지역은 주택 단지가 조성된다는 기획부동산의 말을 듣고 수백여명이 투자한 부지로, 동네 원주민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획부동산 부지”라며 “2019년 이전까지는 토지 거래가 이뤄졌지만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직전부터 가격이 많이 오르고, 매물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5선 국회의원인 변재일 의원(청주청원)의 아내가 이 지역 땅 1천261.2㎡(죽능리 13-3, 13-6, 13-7, 13-8)를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 의원의 아내는 죽능리 13-3의 경우 1필지의 토지를 지난 1980년 1월16일 60명과 함께 지분 쪼개기 형태로 매입했으며 다른 토지도 같은 방법으로 매입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 윤주현 원장의 두 자녀 역시 죽능리 일대 같은 필지(13-3, 13-6) 1천206.32㎡를 소유했다.

이에 대해 변재일 의원 측은 “당시 죽능리 일대에 단독주택 단지가 들어온다는 계획이 있어 인근 토지를 매입했지만 결국 건설회사가 부도나면서 해당 부지는 공유지로 남게 됐다”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윤주현 원장 측은 “죽능리 일원 토지는 시어머니가 40년 전 매입했던 땅으로 본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10년 전 시어머니가 자녀들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해당 지역에 대해 투기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원삼면 죽능리 일원의 경우 한 필지에 토지 공유자가 수백명씩 이르기에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하고 있는 사안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김경수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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