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를 핑계로 규정에 맞지 않게 최하등급으로 처리하며 불이익을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더욱이 올해 경영평가에선 지난해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로 2차례 연속 최하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5일 감사원, 행안부, 시 등에 따르면 인천상수도본부는 지난 2019년 7월 전국 지방공기업 대상으로 한 행안부의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인 ‘마등급’을 받았다. 당시 인천상수도본부는 경영시스템과 경영성과 등 5가지 지표에서 100점 만점 중 88.51점을 받아 전국의 상수도본부 8곳 중 5위를 기록하는 등 본래 ‘다등급’을 받아야 했다. 다만, 행안부는 평가를 하기 2개월 전 발생한 적수 사태를 이유로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에 평가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안건을 상정했고, 결국 인천상수도본부는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행안부의 평가등급 하향 조치가 규정에 맞지 않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영평가는 2018년 1년 동안의 경영 실적을 토대로 이뤄져야 했는데도, 행안부는 2019년 5월에 터진 적수 사태를 평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재정법 등은 지방공기업의 경영평가 대상인 사업연도 기간은 평가 이전 연도의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즉, 행안부는 2019년 평가 때 2018년 1월1일부터 12월 31일 내 발생한 사고 등을 토대로 경영평가를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적수 사태로 전국적 수돗물 불신 사태까지 확산한 인천상수도본부는 행안부에 미운털이 박혔고, 행안부는 이를 무리하게 경영평가에 반영한 셈이다.
특히 행안부는 경영평가 결과보고서 공시에도 이 같은 등급조정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결과보고서상에서 인천상수도본부는 경영평가 종합평점의 5위를 기록했는데도 아무 이유 없이 최하위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최근 감사원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를 통해 행안부의 이 같은 조치를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평가연도 기간 이후 사회문제화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사고의 원인이 명백하게 평가 기간 내 경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다음해 경영평가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경영평가편람에 별도로 사회문제를 일으킨 기관은 별도 등급을 고려하는 것이 가능해 인천은 하향 조정했다”고 했다. 이어 “감사원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사고가 난 해당 연도의 경영평가에만 반영토록 조치했다”고 했다.
더욱이 인천상수도본부는 올해 경영평가에서도 최하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 때문이다. 전국적인 사안이긴 했지만, 인천에서 시작한 사회적 문제로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인천상수도본부 관계자는 “2019년 경영평가 당시 이 같은 문제는 파악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아 이의신청 등을 하지 못한 억울함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영평가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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