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황당한 실수다. 땅을 팔았는데 잘 못 팔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덕신도시 부지 매각이다. 단독주택 잔여용지 144개 필지를 매각하는 과정이었다. 선착순 수의계약 형태로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30일 진행했는데 여기서 사달이 빚어졌다. 53개 필지에 신청자가 몰리자, 현장에서 추첨방식으로 바꿨다. 추첨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첫 번째 신청자만 당첨됐다. 확인 결과 직원이 추첨의 랜덤 조건을 잘못 입력했다.
첫 번째 실수였다. 평택사업본부장이 직접 사과했다. 민원인들도 이해하고 재차 추첨에 들어갔다.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가 터졌다. 추첨에 무자격자들을 넣고 돌린 것이다. 당시 LH가 내건 조건은 이랬다. ‘30일 오전 10시 이전 계약금 납입과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여기 충족 안 되면 추첨 대상이 아니다. 이걸 그냥 뒤섞어 추첨한 것이다. 부적격자가 추첨 포함된 필지는 9개, 부적격자가 당첨된 필지는 6개다. 상황이 복잡해졌다.
6개 필지는 부적격자 당첨을 취소하면 된다. 떨어진 응찰자가 1명인 경우는 당첨을 승계했다. 문제는 9개 필지다. 당첨된 9명은 모두 적격자다. 당첨이 취소돼야 할 본인들의 귀책사유가 없다. 하지만, 떨어진 민원인 입장은 다르다. 추첨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 당연히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LH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본인들의 잘못이 빚은 상황인데 어떤 대책도 말하지 못한다. 그저 한다는 말이 ‘법률을 검토하겠다’ 뿐이다.
해명을 했는데 이것도 어이없다. “신청자, 가족, 지인 등 수백 명이 몰리면서 민원에 대응하려다 보니 추첨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참으로 궁색하다. 토지ㆍ아파트 분양 현장이 도떼기시장인 게 어제오늘의 일인가. 텐트까지 치며 수만 명이 몰리는 게 한두 곳인가. 어떤 변명을 해도 두둔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 그저께 LH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첫 사법처리다. 이런 때 겹쳐진 또 하나의 사고다.
어제 본보에는 두 개의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한쪽은 ‘땅 투기 LH 직원 구속영장’, 다른 쪽은 ‘LH 땅 매각 큰 실수’다. 본보뿐 아니라 모든 언론의 보도가 그랬다. 이걸 보고 국민이 뭐라 하겠나. 땅 투기를 ‘한두 직원의 일탈’이라 이해해주고, 매각 실수는 ‘불가피했던 실수’라 이해해주겠나. 도대체 왜 이러나. 이번에도 불법은 아니라며 덮을 건가. LH가 책임 있는 직원을 어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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