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데도 자기 페이스 유지 요령을 아는 진짜배기에요. 이제 만 스무살이라는게 믿겨지지가 않아요.”
프로야구 KBO리그 지난해 ‘신인왕’인 2년차 투수 소형준(20)에 대한 KT 위즈 구단 관계자의 칭찬의 말이다.
소형준은 프로 첫 개막전 선발 등판인 지난 4일 한화전에서 5.2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 2실점, 7탈삼진으로 호투해 팀의 3대2 승리의 발판을 놨다. 이날 소형준은 총 91개의 공을 던지며 시즌 첫 등판을 무난히 소화해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소형준의 이날 삼진과 볼넷을 제외한 인플레이 타구 15개 중 8개가 땅볼이었다는 점이다. 2회 2사 후 최재훈에게 맞은 중전 안타, 5회 선두타자 박정현과 2사 후 임종찬에게 맞은 중전 안타도 탄도가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땅볼타구만 11개를 유도해낸 셈이다.
땅볼 유도는 소형준의 투구 레퍼토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 소형준은 고교 시절만해도 최고구속 152㎞ 속구와 안정적인 제구, 변화구 구사력 등을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구를 했지만, 프로 입단 후 투심과 체인지업을 이용한 투구 스타일로 바꿔 맹활약하고 있다.
투심과 체인지업은 구속이 10~15㎞ 가량 차이가 나지만 회전이 비슷해 타자를 현혹시키기 쉽상이다. 아울러 큰 낙차보다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꺾이는 움직임으로 땅볼 유도가 용이한 구종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355승을 거둔 ‘컨트롤 아티스트’ 그렉 매덕스는 물론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카일 헨드릭스, 릭 포셀로 등도 다소 아쉬운 구속을 제구가 동반된 투심과 체인지업성 구종으로 메워 믿음직한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KBO리그에서도 소형준의 팀 동료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키움의 토종 1선발 최원태, KIA 에이스인 애런 브룩스 등이 투심을 앞세워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날 소형준은 전체 91구 중 투심 38구, 체인지업 23구로 전체 투구의 67%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투심 구사율 37%, 체인지업 구사율 26%로 두 구종 구사빈도가 높았다. 자연스럽게 땅볼 유도율도 52.5%로 지난해 100이닝 이상 투구한 리그 전체 41명의 투수 중 3위, 땅볼/뜬공 비율도 1.71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많은 땅볼은 피홈런과 실점 억제로 이어진다. 지난해 소형준은 133이닝 동안 6피홈런에 그치며 9이닝당 피홈런 갯수도 0.41개로 리그 4위다.
이강철 KT 감독은 “첫 경기에서 투구수 90개 소화를 생각했고, 이제 시즌 첫 등판인만큼 무리시킬 생각은 없었다”며 “어리지만 안정감을 갖췄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할 줄 아는 투수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칭찬했다.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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