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남양주 주상복합단지 화재…“아이 신발도 못 신기고 대피”
[현장] 남양주 주상복합단지 화재…“아이 신발도 못 신기고 대피”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1. 04. 11   오전 1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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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4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서 큰 불이 나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 장희준기자
10일 오후 4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서 큰 불이 나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 장희준기자

“굉음이 들린 뒤 바람을 타고 불길이 번졌어요…다섯 살짜리 아이 신발도 못 신기고 도망쳤습니다.”

남양주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후 8시간째 완진 소식이 들리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1일 0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단지(4개동ㆍ364세대) 주변은 온통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전날 오후 4시30분께 2동 1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불이 시작됐고,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 건물까지 불길이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발화 지점이 있는 건물은 이곳 단지로 외부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진ㆍ출입로가 있던 터라 화재 초기 혼란이 더욱 가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불이 난 저층 상가 위로 고층 아파트가 있는 데다 건물 바로 옆으로 전철역(경의중앙선 도농역)이 위치,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10일 오후 4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서 큰 불이 나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 장희준기자

담요를 뒤집어 쓴 서영희씨(38ㆍ여)는 “검은 연기를 보자마자 다섯 살짜리 딸에게 신발을 신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휴대폰만 들고 급히 빠져나왔다”며 “아직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린다”고 했다.

아이를 끌어안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엄마 너머로 참상(慘狀)이 펼쳐졌다. 소방 인력의 진입을 위해 대부분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고,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살구색 외벽이 검게 그을렸다. 봄을 맞아 새싹을 틔웠던 가로수는 새까만 숯처럼 타버렸고, 주민들이 세워 둔 자전거의 골격은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 임세영씨(34ㆍ여)는 “딸아이 친구가 저곳(화재 발생 건물)에 사는데 연락이 안 된다”며 “혹시 변을 당한 건 아닌지 너무 걱정돼 나와 있다”고 걱정했다.

불이 난 2동 건물의 지하 1층에는 이마트가 있어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나왔던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길 건너 대형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김재형씨(42)는 “뭔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뒤이어 사이렌이 울렸다”며 “지하 2층에 주차했던 차량은 빼낼 생각도 못한 채 아이들과 아내의 손을 잡고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 1~3층에 차량 수십대가 주차돼 있었는데 아마도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곳 단지 내 상인들은 화재 발생 직후 스프링클러와 방화 셔터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소화전에서도 물이 찔끔 나오다 말아 초기 진압에 애를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5분에 점포 1곳씩 불이 옮겨붙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번졌지만,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한 건 20분 이상 흐른 뒤였다고도 했다.

다만 소방당국은 방재 시설 작동 여부에 대해선 아직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확한 결과는 합동감식 이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4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서 큰 불이 나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 장희준기자

한편 2동 1층에서 처음 발생한 화재는 동측 3~4동으로 번진 뒤 반대편에 위치한 1동까지 집어삼켰다. 이날 오전 1시 기준 2~4동의 불길은 거의 잡혔으나, 1동에서는 계속해서 자욱한 연기가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의 4차 현장 브리핑에 따르면 현재까지 구조된 인원은 41명, 이 가운데 부상자는 22명이다. 대부분 연기 흡입 등으로 경상을 입었으며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이재민은 800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을 위한 대피소는 6개소가 마련됐다. 남양주시는 해당 단지 내 거주자 수를 고려, 이재민이 최대 1천2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피소를 추가 확보하고 있다.

하지은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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