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중, 학교 이전 설문 ‘ 반대’ 의견낸 학생들만 따로 재조사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학교 이전을 추진하는 송도중학교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전 찬반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을 낸 일부 학생을 모아 의견을 재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의사 표시를 무시하고, 사실상 압박을 줘 의견을 바꾸게 할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인천시교육청과 송도중에 따르면 인천 중구에 있는 송도중은 지난 3월 23일 전체 학생 258명에게 방송으로 학교 이전 취지를 설명한 후 동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약 10%의 학생이 학교 이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이전에 반대하는 학생 중 10명의 학생을 교장실로 불러 학교 이전 취지를 설명한 후 다시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5명이 학교 이전에 동의한다는 쪽으로 답변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학교 안팎에서는 학교측이 이전 반대 학생들의 의사를 바꾸기 위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도중 학부모 A씨는 “학교에서 부지 이전에 반대한 학생을 모아놓고 반대 이유를 물어봤다고 한다”며 “이 자체가 학생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학교측은 의견을 재조사한 10명이 속한 2개 학급에서 학교 이전 취지를 설명하는 방송이 나오지 않아 다시 설명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학급 학생 전원이 취지를 듣지 못한 만큼 찬반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취지를 설명하고, 다시 설문조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 학생만 따로 부른 것은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인권 시민단체 아수나로 인천지부의 인해 활동가는 “학교가 자신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찾아내는 과정처렴 보인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듣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했다.

이에 송도중 관계자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다만 학생에게 강압적으로 의견을 바꾸라고 했거나 그런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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