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참사의 교훈’은 우리 사회에 좀처럼 학습 되지 않는 모양새다. 안전과 교육, 훈련 등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으로 현재가 아니라 소홀하기 쉽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미래 대비에 온 힘을 기울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미래 보다는 현재 대처에 급급, 후진국형 인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생활 속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소방 불법 행위가 경기도에서 3년간 7천여건 적발됐고, 정부가 도입한 국가안전대진단 사업 역시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3년(2018~2020년)간 공사장처럼 화재 등 안전사고의 취약한 시설 5만4천373곳을 대상으로 소방 불법 행위 점검에 나서 총 7천363건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간 평균 1천100건이 넘는 수치다. 불법행위 적발 사항은 소방시설 차단과 피난방화시설 폐쇄ㆍ훼손 등이다.
일분일초가 촉박한 시점에서 소방차의 현장 접근을 방해하는 불법 주ㆍ정차 행위 적발 건수는 2018년 442건에서 2019년 1천168건, 지난해 1천882건으로 2년 새 3배 늘어났다.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 화재 참사 사망자가 29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불법주차였다.
늘어난 안전불감증은 인명 피해를 키웠다. 도내 전체 화재 건수는 2018년 9천632건에서 2020년 8천920건으로 2년 새 다소 줄어들었지만, 사망자 수는 2018년 62명에서 2020년 114명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화재뿐만 아니라 강과 바다, 산에서도 사고는 늘고 있다. 도내 수난사고는 2018년 1천48건에서 2020년 1천431건으로, 산악사고도 같은 기간 1천736건에서 2천368건으로 증가했다.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산재 사고 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현 정부 공약이 무색해진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지난해 전국 산재 사고 사망자는 882명으로 2019년(855명)에 비해 27명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민안전의 날’이 제정된 해에 도입한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지난 5년간 학교, 공사장, 사회복지시설 등 전국 248만5천591개 시설을 점검, 11만8천516개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그러나 국가안전대진단 사업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국가안전대진단 사업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사업성과나 추진체계, 점검과정, 사후관리까지 모두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실효성도 없다고 결론을 냈다.
‘총체적 난국’이란 평가를 내린 셈이다. 감사원은 당시 행안부장관에게 대진단 실시 과정을 손 보라고 지시했다.
특히 사고 예방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점검 후 1년 이내 화재가 발생한 시설 비율을 비교해 보면 화재안전특별조사가 0.28%인 반면, 국가안전대진단은 0.95%로 높았다.
지적사항이 1건이라도 있었던 시설 비율도 국가안전대진단은 9.5%인 반면 소방청이 비슷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화재안전특별조사는 56.4%로 크게 차이가 났다.
정민훈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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