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반짝 지원…장애인은 ‘장애인의 날’이 싫다
하루 반짝 지원…장애인은 ‘장애인의 날’이 싫다
  •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 입력   2021. 04. 19   오후 8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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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날

#1. “다섯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누가 ‘수화’로 알려주나요?”

2년 전까지 A지역 장애인복지센터에선 평일 낮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교육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육은 온라인으로 전환됐지만 자막 서비스가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센터 관계자는 “자막이 있는 영상 자체가 부족하고 자막을 만드는 전문가 역시 극소수다. 교육이 안 되고 있지만 이건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상황으로 설명하자면 청각장애인들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1m 거리 두기 등을 ‘들어선’ 알 길이 없고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도 못 봐 소통이 안 된다”며 “일상 적응조차 어려운데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무엇하냐”고 반문했다.



#2. “일할수록 마이너스지만 재취업 걱정에 그만둘 수 없어요.”

안양ㆍ군포지역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택시기사 B씨는 최근 월급 명세서에 7만원이 찍혔다. 비대면 시대에 손님이 감소, 회사에 내야 하는 기준금(구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자 월급에서 공제해 수중에 남은 돈이 이것뿐이다. B씨는 “손님을 받기 위해 운행을 할수록 손해가 나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다신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만둘 수 없다”며 “먹고살기 바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할 겨를이 없다”고 전했다.



#3. “갑자기 달려오는 오토바이, 킥보드 무섭냐고요? 가만히 세워진 자전거도 위협적이에요.”

과거 시각장애인들에겐 인도 위 볼라드가 걸림돌 중 하나였다. ‘흰 지팡이’로 더듬더듬 부딪혀 피하다가도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최근엔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가 골치다. C지역 시각장애인협회장은 “제자리에 주차되지 않은 교통수단은 피할 길이 없다. 그 순간 넘어지고 멍드는 걸 넘어서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는 무력감이 생길 수 있다”며 “장애인의 날은 오히려 장애인에게 장애를 인지하게 하는 반갑지 않은 날”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복지를 증진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기념일이 도리어 장애당사자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매년 4월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선 단기 혜택이 아닌 장기 지원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올해 의왕시, 남양주시, 연천군 등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의 날 당일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24시간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하기로 했다. 경기도에서도 장애인들이 정차 없이 3시간 거리를 이동하며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19일부터 시작한다.

이외 여타 지자체들이 전국 263만여명(경기도내 60만여명)의 등록 장애인을 응원하기 위해 모범 장애인 표창 및 시상, 복지시설(단체) 후원금ㆍ도시락 전달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 상태다.

하지만 장애당사자들은 겉핥기식 지원이 아닌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따른 장애 영유아 돌봄 공백 대책, 취업률 제고를 위한 고용 대책 등을 요구한다.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관계자는 “장애인의 날이라는 말부터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는 말로 바꾸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일회적인 행사를 거부하며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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