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에 태어난 시화호…심각한 사면 붕괴
사람 손에 태어난 시화호…심각한 사면 붕괴
  • 김해령 기자 mer@kyeonggi.com
  • 입력   2021. 04. 28   오후 7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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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안산시 갈대습지공원 인근 시화호 상류.  김시범기자
침식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안산시 갈대습지공원 인근 시화호 상류. 김시범기자

안산과 시흥, 화성을 아우르는 시화호 상류 갈대습지 주변 땅이 강한 물살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조력발전소 혹은 상류 하천 개발에 따른 유속ㆍ유량 증가가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시민들이 오가는 산책로 인근 법면부터 천연기념물 수달의 서식지인 작은 섬까지 조금씩 붕괴되는 상황. ‘인공 호수’ 시화호가 결국 사람 손에 망가지는 모양새다.

28일 찾은 안산시 상록구 안산갈대습지. 오전 10시께 간조시각이 되고, 습지에 물이 빠지자 유실된 사면이 드러났다. 밀물 때 들어오는 물이 좁은 구간을 통과하면서 물살이 빠르고 강해지면서 이를 못 버틴 흙들이 무너져 나간 것이다.

무너진 사면 위쪽 5m 채 되지 않는 거리엔 산책로가 마련돼 아슬아슬함을 더했다. 이날도 많은 시민이 뜀뛰기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강한 물살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의 터전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시화호 상류에 처음 나타난 이후 매년 가족이 늘어 지금은 16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수달 가족들은 시화호 상류에 자연스레 형성된 작은 섬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섬도 물살을 못 이겨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67)는 “섬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산책로 인근 붕괴된 땅의 상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관계 기관들은 시화호 주변을 위협하는 강한 물살의 원인이 폭우 등 단순 자연재해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붕괴된 토지의 보수를 담당하는 안산시는 시화호 내 설치된 조력발전소가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조력발전소에서 차오른 물을 열면서 발생하는 2번의 큰 파도가 침식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최종인씨도 “오랜 세월 커다란 파도로 깎였던 토지가 지난해 기어코 무너져 내린 것”이라며 “장마철 쌓인 흙으로 형성된 수달의 서식지도 조력발전소 가동으로 점차 깎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력발전소와 시화호를 유지ㆍ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 상류 하천인 동화천 주변 아파트 신축 등 개발이 늘면서 시화호에 유입된 물이 많아진 게 원인이라고 말한다.

수자원공사 시화사업본부 관계자는 “조력발전소가 주원인이라면 발전소 가동 시기인 2011년부터 드러났어야 했다”며 “작년에서야 갑자기 눈에 띈  것을 보면, 상류 하천에서 유입된 물이 원인”이라고 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더 큰 피해를 막고자 급한대로 갈대습지 내 물이 빠질 수 있는 수로를 확장키로 했다. 밀물 때 물이 좁은 구간을 통과하기 전 수로에 일부 물을 분산시켜서 흐르도록 해 유속을 줄이는 방식이다. 공사 시 나오는 흙들은 수달이 살 수 있는 새로운 서식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는 ‘작은 대책’에 불과하다. 또 이미 붕괴 중인 토지에 대한 보수 여부도 불확실하다.

수자원공사 측은 “해당 구간이 안산시 담당”이라며 발을 빼고 있으며 시는 “당장 안전 위협이 우려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재원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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