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수 칼럼] 한미정상회담 관전 포인트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양 정상은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4월 하순에는 기후정상회의에서 화상 대면을 했다. 모두 비대면이었다. 이번에는 워싱턴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일본의 스가 총리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여 일 동안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많은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양국의 외무 및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는 2+2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되었고 한미일 3국의 안보보좌관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G7 외무부 장관 회담이 열렸을 때에는 한미 간 외교부장관 회담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미국의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런 회의와 방문 등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양 정상이 주고받을 것과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에 대한 질과 양의 범위와 수준이 될 것이다.

한국이 줄 것이 생각보다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품목의 공급망을 검토하라고 했다. 4월 중순에는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CEO를 화상으로 초청하여 반도체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인프라로 규정하면서 여기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공급망 검토 4개 중에서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의 세계적 강자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삼성의 반도체 투자와 LG 및 SK의 배터리 투자, 그리고 현대 자동차의 전기자동차 투자를 선물로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첨단산업의 강대국이 아니라면 꿈도 못 꿀 선물이다.

미국도 줄 수 있는 선물이 있다. 400여 일 만에 마스크를 벗은 미국은 코로나 백신이 남아돈다. 백신을 직접 줄 수도 있고 위탁생산을 선물로 줄 수도 있다.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은 세계 2위의 위탁생산(CMO)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산 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되면 한국이 코로나 백신의 생산기지가 될 수도 있다. 백신도 충분히 공급해 주고 위탁생산도 하게 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환호할만한 선물이다.

마침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날 미국 상무부 장관 주관으로 반도체 2차 대책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한다. 초청받은 한국의 삼성전자는 2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공장을 미국에 짓겠다는 계획을 밝힐 수도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한국의 CMO 기업들이 미국의 백신 기업들과 위탁생산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흐뭇한 시나리오의 현실화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줄 것과 받을 것 외에도 공동으로 대응할 것도 있다. 글로벌 차원의 기후변화 문제와 보건 문제,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법치 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역과 한반도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의견이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차원에서는 쿼드의 참여 여부가 핵심 사안이 될 것이다. 한국은 쿼드가 폐쇄적이고 규제적일 것에 대해 걱정했다. 그런데 최근 케이건 백악관 NSC 국장이 쿼드는 “안보동맹도 아시아판 나토도 아니”라고 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쿼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가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북한 핵 문제도 한미의 의견이 많이 접근했다. 미국은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하면서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동시타결이나 포괄적 접근이 아닌 단계적 접근이기에 북한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의 대화 복귀 촉구를 어느 정도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첫 만남은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 적절히 주고받고 또 공동 대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다면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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