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기사 살인적 노동, 대책 필요하다

본보 기자의 동행 취재가 있었다. 택배 기사의 하루를 좇는 일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힘든 하루다. 지면을 통해서도 숨 멎을 것 같은 고통이 전해진다. 오전 7시 정각에 물품 분류가 시작됐다. 레일 위 물품을 주소별로 구별하는 작업이다. 취재 당일 이 작업은 10시에 끝났다. 다른 날에 비하면 빨리 끝난 편이다. 이 시간이 기사에겐 식사 시간이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차 안에서 해결했다. 기자가 확인해 보니 6분 걸린 식사였다.

본격적인 배송이 시작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고통이 확인된다. 저상 차량 작업에서 오는 어려움이다. 저상 택배 차량은 말 그대로 짐칸 높이가 낮다. 127㎝로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고 작업해야 한다. 이날 동행한 기사도 여러 차례 부딪혔다. 오후 7시가 돼서야 할당된 물품을 모두 배송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계속된 강행군이다. 이날 기사가 손에 쥔 돈은 11만8천300원이다. 시급 1만원도 채 되지 않은 수입이었다.

저상 차량에 얽힌 사연은 더 속상하다. 지난달 1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았다. 공원화된 쾌적한 지상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3년 전 다산신도시에서도 발생해 논란을 빚었었다. 이게 일반화됐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집계한 전국 지상 출입금지 아파트는 179개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거나 손수레를 이용해야 하는데,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기사 스스로 차를 개조하거나 사야 한다. 택배 기사는 모두 개인사업자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택배의 생활화를 촉진했다. 택배가 차지하는 사회적 비중도 커졌다. 관련 산업도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얼핏 택배기사들의 여건도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졌고, 택배 가격 인하 경쟁이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택배 업계의 하소연도 크다. 경쟁 심화에 이어 과로사 방지라는 새로운 정책도 원가를 부담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 시대가 많은 것을 바꾸었다. 상황이 끝나더라도 계속 유지될 것들도 있다. 택배 위주의 생활이 그 중 하나다. 코로나 이후에도 택배 비중은 여전히 클 것 같다.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노동시장, 기업 지배로 등장한 영역인 셈이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고 보면 해답이 안 나온다. 지금까지 관련 정책들이 대체로 그런 배경을 깔고 있다. ‘새롭게 자리 잡아야 할 노사 문제’라고 봐야 한다. 대강 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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