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공실률 가속화…코로나19에 상가임대차법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휴ㆍ폐업이 늘어나면서 올해 1분기 경기도내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9.9%까지 증가, 지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7일 오후 화성시(왼쪽)와 하남시 건물에 각각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붙어있다. 윤원규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휴ㆍ폐업이 늘어나면서 올해 1분기 경기도내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9.9%까지 증가, 지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7일 오후 화성시(왼쪽)와 하남시 건물에 각각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붙어있다. 윤원규기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도 다 옛말입니다. 상가가 텅텅 비어 세금만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9년 12월 수원역에서 임대업을 시작한 50대 A씨는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입지가 좋다는 곳에서 임대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계약이 취소됐다. 당초 보증금 5천만원, 월 400만원이었던 임대료를 보증금 2천만원에 월 200만원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1층 상가 등 23개실 중 20개실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없다면 더 싸게 임대를 놓고 코로나19 상황 이후 다시 올릴 수 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라며 “더 낮춰 임차를 하게 되면 상가를 팔때 자산 가치도 하락할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경기지역 중대형 상가가 텅텅 비어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폐업 증가는 물론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오히려 상가 임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9.9%로 집계됐다. 관련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최고치다. 성남 모란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4.7%에서 올해 1분기 13.8%로 크게 올랐으며, 하남 원도심은 같은 기간 7.7%에서 10.9%로 3.2%p 상승했다. 이 외에도 의정부역(2.2%p), 광주시가지(2.1%p), 성남구시가지(1%p) 등의 공실률이 증가했다.

이처럼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요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와 함께 지난 2018년 10월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개정법에 따라 임대인이 임차인과 계약을 하면 최대 10년까지 갱신을 해야 하고, 갱신 시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그 결과 임대인과 임차인들의 임대료에 대한 간극이 커져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임대료가 하락한 시점에서 임대인들은 향후 임대 수익 및 자산 가치 등을 고려해 임대료를 책정하고 있지만, 임차인들은 경기가 침체된 만큼 더 낮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모란지역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도 있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임대료를 급격하게 낮추면 자산 가치 하락으로 매매에 영향이 있어 임대인들이 차라리 공실로 남겨두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대인은 강자, 임차인은 약자라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인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라며 “공실률이 증가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임대료 지급 능력이 있는 임차인을 골라서 계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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