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타워크레인 기사의 90%에 가까운 3천500여명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다, 정부가 제작 결함으로 ‘등록 말소’ 또는 ‘시정조치’ 처분을 내린 장비가 현장에서 다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지난 8일 “시민의 안전과 건설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2019년에도 소형 타워크레인의 안전 조처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했다. 2년 전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파업했을 때 정부와 타워크레인 임대업자, 노조는 협의체를 꾸려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용 규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부실 기계는 퇴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 문제가 여전하고, 정부는 이런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형 타워크레인이 대형 공사현장에서도 사용되는데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안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소형 타워크레인을 특별점검해 9종 249대 기계는 ‘시정조치’ 명령을, 3종 120대 장비는 ‘등록 말소’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들 중 다수가 현장에서 계속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인명사고 뒤 등록 말소 대상에 오른 타워크레인 기종에 대해 ‘소유주가 결함을 보완했다’며 재사용을 승인해 부실 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 초까지 인천·광주·강원·서울 건설현장에서 8건의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발생, 노동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에 연루된 8대 소형 타워크레인 가운데 3대는 등록 말소 대상이고, 2대는 시정조치 대상이다. 이에 양대 노총 건설노조는 이런 장비의 운행 중지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120대 가운데 24대는 등록이 이미 말소됐지만 나머지는 관련법령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처리가 늦어지는 것이라 했다. 건설기계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은 정부 몫이지만 이를 행정적으로 등록ㆍ말소하는 절차는 지자체가 맡는다. 행정기관의 부실한 대응, 늑장 조치로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전국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운영이 전면 중단되면서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평택 고덕의 반도체 공장, 수원과 부천의 재개발 등 경기도내 주요 건설현장도 멈춰섰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산업 현장은 물론 아파트 등의 공사 지연, 입주 차질 등이 이어지게 된다. 건설사 피해도 크다.
해마다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타워크레인 사고의 대부분은 부실한 안전관리, 장비 노후화, 불량부품 사용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다. 특히 몇년 새 급증한 소형 타워크레인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대책에 문제가 있던지 부실한 관리 탓이다.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안전기준과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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