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이왕이면 추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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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매우 독특한 우리의 전통 극음악이다. 주로 소리꾼 한 사람이 부각되다보니 1인극으로 알기 쉽지만 북 반주인 고수의 역할이 커 2인극으로 보는 게 맞다. 판소리에서 고수가 첫째로 중요하며, 명창은 그 다음이라는 뜻으로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고 한다. 반주자의 비중을 고려한 말이다.

문외한이 극장에서 판소리를 좀 더 재미있게 보려면 미리 구성 요소를 알고 가는 게 좋다. 사설은 판소리 노랫말이다. 연기자인 소리꾼은 이를 주로 소리(노래)로 표현하는데, 극 진행 중 상황 설명이나 장면 전환 등 노래보다 말로 표현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을 아니리라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양 오페라와 비교하면 판소리 노래는 아리아, 아니리는 레치타티보에 해당한다.

우리 판소리에는 이 외에 흥미 있는 요소가 몇 가지 더 있다. 너름새라고도 하는 발림은 소리꾼과 고수가 사설과 소리의 가락에 따라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몸짓을 말한다. 부채는 소리꾼이 발림을 하면서 유용하게 쓰는 소도구다. 고수도 북채를 들어 다양한 발림을 구사한다.

추임새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극 형식의 하나로서 판소리의 차별적인 특성을 집약한 자연스런 장치가 추임새다. 소리 도중에 관객들이 ‘얼씨구’, ‘좋다’, ‘잘 한다’, ‘그렇지’ 등의 감탄사로 소리꾼의 흥을 돋우는 것을 일컫는다. 별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객 각자의 감흥에 따라 반응하면 그만이다.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을 에티켓으로 여기는 클래식 연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판소리가 오랜 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는 관객의 참여가 맘껏 열려있는 이런 개방성 덕택이다.

지난주 말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이자람의 판소리 <노인과 바다>가 공연됐다. 판소리는 신재효가 체계화한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다섯마당’이 바탕이다. 이 원형의 전승은 주로 인간문화재 등 명창들이 맡고 있다. 이자람은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춘향가>와 <적벽가> 이수자지만, 정작 창작 판소리 화제작을 꾸준히 내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아 그에게는 판소리의 고루한 이미지를 깨고 있다는 찬사 일색이다. 노벨상 작가 헤밍웨이 소설 원작의 <노인과 바다>는 이씨가 3년 전 첫선을 보였다.

오랜만에 현장 대면으로 치러진 이 공연에서 역시 주목을 끈 것은 관객들의 신명이었다. 이미 ‘준비된’ 판소리 마니아인양 시시때때로 터지는 관객들의 추임새는 무대와 객석의 담을 헐어버려 하나로 만들었다. “얼쑤!”, “좋다”, “잘 한다”. 추임새 소리가 격하게 극장에 일렁였다. 소리꾼과 고수의 노래와 연기, 반주도 덩달아 고조됐다.

판소리의 추임새를 일상의 다른 말로 표현하면 칭찬이다. 호응과 공감이라 해도 좋다. 그것이 반드시 곁들어져야 판소리가 온전한 공연으로 완성되듯이, 칭찬과 공감으로 완전해지는 우리의 일상은 불가능한 것일까. 판소리 한 편을 보면서 문득 꿈같은 현실을 그려봤다. 우선 공감 결핍은 아닌지 나부터 반성하고 칭찬 모드로 리셋하자고 다짐하면서. 그래, 이왕이면 추임새다.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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