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광주 철거현장 붕괴, 남의 일 아냐…인천 대형철거현장 천 가림막 뿐

지난 12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10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가 한창인 가운데 부실한 천 가림막 옆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강우진기자
지난 12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10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가 한창인 가운데 부실한 천 가림막 옆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강우진기자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하면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참사의 불안이 인천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버스정류장, 학교 등이 인접한 인천의 대형 철거현장 곳곳에서 부실한 천 가림막만 설치하고 철거작업을 하고 있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10구역 1천146세대의 대규모 재개발(시공사 포스코건설) 현장. ‘콰광’하는 소리와 함께 2층 규모의 건물이 힘없이 무너진다.

철거 파편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펼쳐지지만, 지나가는 시민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천 가림막이 전부다.

건물 5층 높이로 철근 지지대를 쌓아 만든 천 가림막은 살짝만 밀어도 심하게 흔들린다. 일부 가림막은 구멍이 뚫리고 찢어져 철거 파편이나 비산먼지 등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 철거 현장 인근엔 주민 통행이 많지만, 이상 징후가 있을 때 보행자를 통제하고 대피시키는 안전관리요원도 없다.

주민 A씨(62)는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가림막이 심하게 흔들려 쓰러질까 불안하다”며 “여러 차례 안전한 가림막 등으로 개선을 요청했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해당 가림막은 철거공사용 임시 가설 방진막으로 구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부분”이라며 “보행로와 떨어진 부분부터 철거 중이라 도로인접부분 철거 시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서구 석남동의 롯데우람아파트 재건축(시공사 이수건설·511세대) 현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 대부분 구역에 철제 휀스가 있지만, 유독 주민 통행이 잦은 버스정류장 뒤편만 천 가림막을 설치했다. 그마저도 4층짜리 건물 1층 높이까지만 가림막을 설치했다. 특히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100m 거리에 가좌여자중학교, 200m 거리에는 천마초등학교가 있어 학생 통행량도 많다.

이 현장 시공사인 이수건설 관계자는 “철제 휀스를 치려면 지지대를 설치 공간이 필요한데, 건물이 도로와 인접해 설치가 어렵다”며 “교회 건물을 철거할 때는 4층 높이까지 가림막을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최원철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철거 현장에 설치하는 가림막 종류에 대한 기준이 없어 값싼 천 가림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근에 버스정류장 등 사람이 몰리는 시설은 이동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통행이 많은 특정 위치엔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고, 버팀벽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강우진·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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