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난민 취업실태] 8. 고국을 잃어버린 ‘절망’...그들을 보듬으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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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 대한민국서 제2의 인생 최대 과제는 ‘먹고 사는’ 문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난민들의 취업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당사자를 제외하면 일부 시민단체나 언론이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관련 통계도 많지 않다. 국내에 거주 중인 난민들의 숫자는 자료가 있지만, 그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난민들의 취업 문제가 과거부터 줄곧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군가는 우리가 그들을 품어줬으니 그 이후의 삶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난민은 평생을 살아온 모국을 반강제적으로 떠나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낯선 땅에서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과는 다르다. 이런 이유로 난민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혹자는 “우리도 어려운데 난민을 먼저 돕자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은 이같은 지적에 “어떤 삶도 누군가의 삶보다 우선할 수 없다. 복잡한 세상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그 중 난민 문제는 인류가 연대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유있는 분들이라면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제 난민은 어느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가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난민들이 한국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자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난민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좋겠지만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가짜 난민’을 가려내는 데 있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아도 제조업이나 단순 노무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해결 방법은 있다. 그것도 매우 간단하다. 중요한 건 이제라도 난민들을 포용하려는 우리의 자세다. 언제든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같은 처지의 신청자와 체류자

난민 취업 문제는 대부분 체류자격에서 시작된다. 난민 인정자는 전반적인 업종에 취업이 가능한 F2 체류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들은 외국인이 가질 수 없는 일부 전문직을 제외한 모든 유급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 난민협약에 따른 임금노동, 자영업, 자유업 등이다. 하지만 현실은 협약과 다르다. 본국에서의 경력이나 학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특별한 지식이 필요없는 제조업이나 단순노무 일자리가 얻을 수 있는 전부다. 취업 과정에서 유료직업소개소를 찾는 일도 허다하다.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난민 신청자(이하 신청자)는 더 불안하다. 신청자는 난민 인정 신청을 한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인 건설업이 취업제한 업종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특히 취업을 위해서는 고용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취업도 하기 전에 이같은 서류들을 준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기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근무처를 변경할 경우에는 새로운 체류자격 외 활동 허가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고사하고 임금체불이나 낮은 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이하 체류자)도 난민 신청자와 다를 게 없다. 다른 점이라면 건설업 취업이 가능하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임시 체류자격 중 하나인 G-1-6를 부여받아 취업이 가능한 분야가 상당히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일자리를 구해 근로계약까지 체결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6개월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계약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도 할 수 없다. 난민 사회에서 “(체류자는) 한국에서 숨만 쉬면서 살라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익법센터 이일 변호사는 “신청자나 체류자는 직종 제한이 매우 심하다. 본인들이 본국에서 갖고 있던 전문성이나 다양한 경력들이 있을텐데 한국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 말고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며 “적어도 체류자는 이미 지위를 얻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삶을 억제할 이유는 없다. 해외에도 난민 인정자나 체류자의 처우는 같다. 왜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 난민 정책 없는 경기도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사는 지역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에 살고 있는 난민(난민인정자,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허가자 등)은 1만1천여명에 달한다.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고, 주거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곳보다 난민 정책이 필요한 지역이지만 현재로서는 눈에 띄는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 난민 정책의 대부분이 그들의 체류자격을 결정하는 데 집중돼 있어서다. 난민 신청을 한 후에, 혹은 인도적 체류허가 자격을 얻은 뒤에는 더 이상 정책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경기도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기도 외국인주민 정착 현황 및 관련 정책 분석’을 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다문화 가족을 위한 각종 교육과 지원책, 통역 서비스, 고려인동포 정착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정작 난민과 관련한 지원은 없었다. “난민도 외국인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별도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 차원의 난민 정책은 없다. 난민은 법무부 관활이기도 하고 현황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5년 통과가 불발된 ‘김포시 난민 지원 조례안’은 눈여겨 볼 만 하다. 특히 난민에 대한 정의는 난민법상의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제3조 ‘난민의 지위’에서 정한 혜택은 눈길을 끈다. 해당 조항에는 ‘난민은 법령이나 다른 조례 등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으면 시민과 동일하게 시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김포시의 각종 행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부시장과 시 난민 지원업무 담당국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하는 ‘난민지원위원회’ 설립과 ‘김포시 난민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설치도 규정하고 있다. 해당 지원센터에서는 △생활안정지원, 교육지원, 취업지원, 자립지원 △난민인정 신청 지원 및 절차·법적 정보 제공 △난민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연계·협력 △난민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제공 및 홍보 △난민을 위한 문화체육행사 △관련 기관 등에 대한 협조지원 △난민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방지 및 사회적 인식 개선 △그밖에 난민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 조례안은 그러나 시의회를 통과한 지 2개월여만에 폐기됐다. 지원 대상 난민의 범위가 넓고 시민공감이 부족했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경기도가 법률 위반 등을 이유로 김포시에 재의를 권고했고, 유영록 전 시장은 “지방의회가 소외계층의 삶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상 폐기에 동의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정왕룡 전 의원도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솔직히 인정한다”면서 사실상 조례안 부결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난민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을 고민한 최초의 지자체 조례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 취업가능 직종 넓히고 체류자격 바꿔준다면

난민 지원책 마련이 무산됐지만 시민단체들이 줄곧 제안한 해법은 단순하다. 특히 취업 문제와 관련해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방식이 아닌 취업허가를 포괄적으로 늘려주는 방법’을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이마저 어렵다면 취업 허가를 지금보다 포괄적으로 내려줘 난민들이 일자리를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된다. 또 정부 부처간 협의를 거쳐 난민들이 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유입된 난민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이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일 변호사는 “우선 정부부터 난민이 한국에 일을 하기 위해 온 가짜 난민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만약 난민들에게 혜택을 주거나 취업을 자유롭게 풀어주면 본국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옥죄는 것 같다”며 “법무부가 난민의 취업문제는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그저 처벌만 하려고 한다. 고용노동부도 취업 알선이나 관련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텐데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예 신청자나 체류자도 취업이 가능한 비자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현재 신청자나 체류자는 취업이 불가능한 G-1 비자를 받고 별도의 허가를 받아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이처럼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G-2라는 새로운 비자를 만들어 난민들에게 제공하고 취업이 가능한 직종을 설정하자는 게 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의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현재의 G-1-5(신청자)를 G-2-5, G-1-6(체류자)를 G-2-6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취업이 가능한 비자라고 인식할 수 있고, 난민들도 보다 손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택 대표는 “현재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코로나19로 한국에 못 들어오는 상황인데 난민 신청자들을 농촌에서 일하게 해주면 된다. 그런데 현재 신청자들에게는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 일반 취업 시장에도 들어가지 못하는데 농촌에서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이들에게 새로운 비자로 새로운 취업 가능 카테고리를 지정해주는 거다. 공공근로와 농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게 아닌가. 저는 난민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취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영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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