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효순미선평화공원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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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면 가슴이 더 시린 이들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중학생 딸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부모다. 그들의 머리엔 어느덧 하얗게 서리가 내렸지만, 한창 꿈 많고 장난기 어린 딸을 잊을 수가 없다. 살아있다면 서른을 훌쩍 넘겼을 아이들, 부모의 기억은 19년 전에 머물러 있다. 효순이ㆍ미선이….

2002년 6월 13일,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에서 14살 신효순·심미선 양이 인도가 없던 국도를 걷다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를 낸 미군 운전병은 대한민국의 재판이 아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미군재판을 받고 무죄로 풀려났다. 불평등한 SOFA협정에 분노한 국민들은 미군의 사죄와 책임자 처벌, SOFA협정 개정을 촉구하며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한미군 측은 여중생의 죽음을 ‘불의의 사고’라고 적은 추모비를 현장에 세웠다. 시민들은 “미군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고, 시민단체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 등이 중심이 돼 국민 성금으로 추모비를 만들었다. 이후 추모비를 세울 공원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지난해 18주기 추모식을 맞아 시민단체 159곳과 연인원 3천여명 시민의 성금으로 효촌리에 ‘효순미선평화공원’이 탄생했다.

367㎡ 크기의 효순미선평화공원은 사고현장에 있던 두 소녀의 운동화 모양을 본 떠 만들었다. 규모는 작지만 의미는 크다. 여전히 불평등한 한미관계 때문인지 정부도, 지방정부도 침묵하던 것을 시민들이 주도해 평화공원을 만든 것이다. 평화공원조성위는 “두 중학생을 잊지않고, 평등한 한미관계와 자주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19주기 추모제 및 천도재가 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공원은 예산부족 탓에 주변 정비 등 마무리를 못했는데 경기도와 양주시의 지원으로 정비사업이 완료됐다. 효순ㆍ미선이 사건은 두 여중생이 억울한 희생을 당한 사건이자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공론의 장으로 이끈 사건이다. 앞으로 청소년 평화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공원에서 효순ㆍ미선이가 자주평화통일의 꿈으로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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