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만 잘린 채 버려진 아기…‘영아 유기’ 막을 방법 없나
탯줄만 잘린 채 버려진 아기…‘영아 유기’ 막을 방법 없나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1. 06. 23   오후 5 : 49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 부천시 소사동의 한 수녀원 앞에 탯줄만 잘린 신생아가 유기돼 경찰이 친부모를 추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로 버려지는 ‘영아 유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지난 12일 부천시 소사동의 한 수녀원 앞에서 갓난아기를 발견, 수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친모로 추정되는 여성이 아기를 유기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 이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발견 당시 아기는 갓 태어나 탯줄만 엉성하게 잘린 모습이었으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처럼 출생신고도 없이 유기되는 영아들은 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일시보호소로 인계되고, 다시 보육원 등 장기보호소로 가는 절차를 밟게 된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탓에 평생 고아로 살거나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입양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경찰청에서 집계한 영아 유기 사건은 지난 2010~2019년, 최근 10년간 1천271건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입양 절차 전 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특례법 개정 시행 이후로는 당해년도 139건에서 이듬해 225건으로 급증했다. 법안 개정 이후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영아를 유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되레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건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로, 친모가 입양 의사를 피력하면 지자체에 자녀를 인도하고 의료기관은 산모의 신원 비식별화를 통해 비밀을 보장하는 것이다. 해외 선례와 비교하면 상황에 따라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독일형’ 보호출산제에 가깝다. 미혼모, 근친상간, 성범죄 등으로 원치 않는 출산을 하게 될 경우 정부에서 기록을 보호하되, 필요한 경우 재판 등 절차를 통해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호출산특별법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됐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국장은 “일각에선 보호출산제가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본질은 태아의 생명을 지키고 출산부터 양육까지 정부에서 책임지는 것”이라며 “현행 입양특례법의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법안에 대해 검토 중인 단계이며, 정부는 영아 유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댓글 운영기준

경기일보 뉴스 댓글은 이용자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건전한 여론 형성과 원활한 이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사항은 삭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경기일보 댓글 삭제 기준
  1. 기사 내용이나 주제와 무관한 글
  2. 특정 기관이나 상품을 광고·홍보하기 위한 글
  3. 불량한, 또는 저속한 언어를 사용한 글
  4. 타인에 대한 모욕, 비방, 비난 등이 포함된 글
  5. 읽는 이로 하여금 수치심, 공포감,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글
  6. 타인을 사칭하거나 아이디 도용, 차용 등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침해한 글

위의 내용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이거나 공익에 반하는 경우, 작성자의 동의없이 선 삭제조치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우리지역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