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402조2천억원, 사상 최대치 기록
“빛을 봐야 할 시기에 빚만 보고 있으니…힘들다는 말조차 안 나오네요.”
가계 빚의 악순환에 빠진 경기도 자영업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존 경기 침체에 소비자물가 상승,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4단계로 격상돼 소득보다 지출이 늘어 빚에 빚을 얹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67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338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386조원으로 47조원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5월 말 402조2천억원으로 400조원을 처음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지역 상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빚을 더 차곡차곡 쌓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소득 없이 지출만 늘어난 탓에 결국 자영업자들이 폐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평택시에서 5년 넘게 스포츠 브랜드 매장을 운영해온 A씨(43)는 고심 끝에 두 달 전 사업장 문을 닫았다. 경기 불황에다가 1년여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더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자부담 및 은행권(2천만원) 대출을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마련했다. 초반까지만해도 평균 월매출은 7천만원대였지만, 악순환을 겪은 끝에 매출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임대료, 전기요금, 기타 비용 등 총 350만원에 달하는 고정비 청구서가 매달 그에게 돌아왔다. A씨는 상황이 나아질 것을 대비해 은행에서 한 차례 더 대출(1천만원)을 받았지만, 버는 돈은 은행 대출 이자 및 지인들에게 갚는 데 쓰였다.
A씨는 “더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폐업말고는 방법이 없었다”라며 “가게를 정리하고 싶어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주변의 사람들도 수두룩해 더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원 권선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50)는 “채무 상환은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빚 탓에 죽을 맛이다”면서 “인건비와 임대료, 식자재비 등을 내고 난 뒤에 대출 원금까지 갚을 수 있다면 그달은 억세게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B씨는 지금보다 앞으로의 상황을 더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는 데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마저 올라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져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방침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큰 만큼 피해지원 보강, 방역 지원 확대에 대해 검토중”이라며 “제도화된 손실보상법에 따라 더욱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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