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인천시와 협의 없이 인천 부평구의 도심 한복판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시민을 수용할 생활치료센터의 지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질병관리청, 서울시, 인천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7일 경인전철과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이 만나는 부평역 인근의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인천 부평구 부평동 534의29)을 삼성서울병원이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시민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서울시가 계획대로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면 서울의 상급 종합병원이 운영하는 단일 생활치료센터 중에서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관련 지침상 서울시가 인천에 있는 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시설 운영주체와의 협의를 통해 생활치료센터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을)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는 일에 인천시 등으로부터 별도의 승인이나 허락을 받아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이어 “시설 운영주체와 협의만 이뤄지면 어느 지역이든지 생활치료센터로 지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서울시가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의 주변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부평역과 대규모 상권 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인천1호선의 일평균 승·하차 승객만 1만1천224명에 이르는 부평역과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의 거리는 불과 100m 정도에 불과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 등을 진행한 일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의가 들어오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부평역 등과 가까운 도심 한복판에 생활치료센터를 지정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든 입장”이라고 했다.
특히 부평구에서는 이날 오전 서울시가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려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항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부평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시민과 서울시민을 함께 수용하더라도 도심 한복판에 생활치료센터를 지정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토요코인호텔 인천부평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려 한다면서 인천시민도 함께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를 그대로 용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중앙대책본부의 생활치료센터 표준운영 모델에 따른 주민 설명조차 하지 않는 서울시의 태도 역시 문제”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민 이한석씨는 “서울시가 지정한 호텔은 위치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인천시와 협의할 의무가 없다고 해도 인천시민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윤혜연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시민을 수용하는데 해당 지역 주민에게 설명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라며 비판했다.
시민 김성진씨 역시 “생활치료센터가 분명 필요하지만 지정에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의무가 없더라도 논의가 어느정도는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서울시의 입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으나, 서울시는 담당 실무국의 장시간 회의 등을 이유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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